적(的): 가을에 혼자 걷는 사람

2021/10/14
찬 바람이 코에 걸린다. 목을 통해 넘어간 바람은 어떤 식으로든 내 몸을 훑고 발가락 끝 손가락 끝에 다다른다. 몸의 어느 말단에 부딪힌 바람은 방향을 바꿔 다시 흐른다. 찬 바람은 따뜻한 콧김이 되어 나온다. 나는 모르는 사이 나는 모르는 경로를 따라 나는 모르는 방식으로 찬 바람은 내 몸에 들어와, 따뜻한 콧김이 되어 나간다. 세상은 모르는 일 투성이다. 

인중을 구겨 코끝의 온도를 확인한다. 난 느낄 수 있다. 오른콧구멍으로 찬 바람을 들이마시고 왼콧구멍으로 따듯한 바람을 내쉬며 난 느낄 수 있다. 가을이 왔다.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하루 사이에도 10도가 오르내리는 요상기후 속에 살고 있지만, 뒷통수를 맞은 듯 푹 숙여진 고개를 들면 저만치 달아나고 있겠지만, 가을이 왔다. 나는 내 콧구멍으로 그렇게 느낄 뿐이다. 

가을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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