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는 '카리스마적 정치인'을 만들 수 있을까?

 올해 출간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근대사회론을 다룬 내 첫 책의 1권에서는 빠지고 2권에 실리게 되었지만 엥겔스의 군사사상을 다루는 부분에서 '천재적인 장군'에 대한 엥겔스의 주장을 이렇게 해석하였다.

"앞서 보았듯이 클라우제비츠에게 모순의 집약체로서의 전쟁지휘관의 역량이 중요했다면 엥겔스에게 "천재적"인 장군들의 작용이란 고작해야 기존의 "전투법"을 "새로운 무기와 새로운 전투원"에게 적응시키는 것, 다시 말해서 자신의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기술을 군대와 적절하게 조합하여 활용하는데서 나타난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그 자신이 "새로운 물질적 수단"을 발견하는데서 그의 천재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장군들의 "지혜의 자유로운 창조물"이란 "보다 우수한 무기의 발명과 병사 재료의 변화"에 비하면 그 중요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엥겔스가 보기에 천재적인 장군이란 전장에서의 변화무쌍한 사태를 그 정신 속에 구현하여 적절한 대응을 도출해내는 임기응변의 천재가 아니라, 기술변화와 같은 특정한 사태를 군대와 접합하여 가장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천재적인 장군들은 시대를 앞서 나가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시대의 변화를 가장 충실하게 뒤따른 사람이야말로 천재적인 장군이 될 수 있다. 엥겔스의 이런 통찰은 전쟁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카우츠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관념론 학파의 역사가들처럼 머리를 깨우쳐 주는 영(靈), 정치 및 경제 발전이 그에 적응해야 하는 관념들로 그 머리를 채워 주는 거룩한 영을 믿지 않는다. 우리는 그보다는 경제 발전이 사회에서 낳는 모순과 대립이 특별히 좋은 재능을 타고나고 좋은 환경을 타고난 사람에게 눈앞에서 진행되는 발전을 이해하고 그 발전이 수반하는 고통을 극복하도록 생각하게 부추기고 연구하도록 움직인다는 견해에서 출발한다. 이런 식으로 정치적, 사회적 관념들이 생겨나며 이 관념들은 사실적인 순간적 상황에 더 부합할수록, 부상하는 계급의 이해관계에 더 맞을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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