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소라는 실험에 관한 세 가지 질문 (강남규)

토론의 즐거움
토론의 즐거움 · '즐거운 토론'을 지향합니다.
2023/03/17
 필자 : 강남규 (『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토론의 즐거움 멤버)
 
한계에 다다른 플랫폼
 
얼룩소라는 플랫폼은 이미 한계에 부딪힌 상황인 것 같다. '돈'을 매개로 너무 많은 ‘필자’들이 모여들었다. 개개인의 직업은 잘 모르겠지만, 거의 하루종일 이곳에 서식하면서 어떤 특정한 목적이 없는 글쓰기를 한다. 정말로, 여기서 글을 쓰는 사람들 다수는 어떤 목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글로 누구를 설득하겠다거나, 어떤 변화의 씨앗을 던져보겠다거나, 뭐 그런 공적인 목적 말이다. 오로지 글을 쓰고-돈을 받는다, 이것밖엔 없고, 그래서 대부분의 글이 공허하다. 남이 쓴 글을 요약하면서 자기 느낌 한두줄 붙이거나, 약간의 서치노동을 하면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재구성해 제공한다. 
 
다시 말해 취미나 부업으로 쓰는 사람들이 이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은 ‘글테크’라는 말까지 생겼는데, 얼룩소는 글테크를 노리는 사람들의 주요 플랫폼으로 홍보되고 있다. 좋은 독자가 있어야 성립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문제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고급(?) 글을 쓰는 필자 입장에서도 이 플랫폼은 돈 받는 것 외엔 어떤 동기가 만들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저렇게 어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소수의 독자들(-이라고 쓰고, 필자들이라고 읽는)을 타깃으로 무슨 글을 쓰겠나. 결국 자족적 플랫폼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얼룩소의 초기 목표대로 엄청나게 많은 독자와 필자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다면 규모의 경제가 일어났을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규모에 이르지 못한 상황으로 보인다. 내부 목표 대비 얼마나 충족됐는지는 모르겠다.
 
출처 : 얼룩소 홈페이지 캡쳐
필자 섭외라는 우회로 : 이게 얼룩소가 내세운 '실험'인가?
 
그러다보니 얼룩소가 택한 방식은 '적극적인 필자 섭외'인 것 같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자유로운 플랫폼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얼룩소 에디터들이 어디서 글 좀 쓴다 하는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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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신혜림(씨리얼 PD), 이재훈(한겨레신문사 기자), 장혜영(국회의원), 정주식(전 직썰 편집장)이 모여 만든 토론 모임입니다. 협업으로서의 토론을 지향합니다. 칼럼도 씁니다. 온갖 얘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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