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 프로젝트] #9. 한 때는 아이였을, 나의 아버지에게

조율
조율 · 도서관 덕후.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
2023/10/02
편치 않은 인생이었겠네요. 당신의 아버지보다 나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을 텐데, 다 큰 딸애가 "집이 지옥같다. 아버지 개00." 라고 쓴 일기장을 보고 눈이 뒤집혀 애를 죽이겠다고 흠씬 두들겨패고, 글 잘써 상도 곧잘 받아오던, 당신 자랑이었던  딸의 10년 넘게 쓴 일기장을 갈가리 찢어 불태우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내 애비같이는 살지 않겠다 다짐했는데, 결국 그 애비와 별로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온 당신은 또 얼마나 참담했을까요? 잘 하고 싶었을 텐데요. 잘 살고 싶었을 텐데요. 그런데 당신의 딸은 당신이 악몽이라고 합니다. 결혼하고나서도 한달에 몇 번씩 딸아이의 꿈 속에 당신은, 깨진 병을 들고 딸 아이를 죽이겠다고 쫒는 괴물로 출몰한다고 합니다. 

미안하다. 겨우 용기를 내어 말해봅니다. 애써 꺼낸 그 한마디는 삼십년 넘게 쌓아올린 딸의 노여움의 성벽에 힘없이 닿았다 스르륵 미끌어집니다. 사람 칼로 찔러놓고 미안하다 하면 그 상처가 없어지냐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되묻는 아이에게 할 말이 없어 되레 성질을 부립니다. 가시나가, 미안하다 카면 됐지. 우야라고. 니가 내 가르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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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의 힘을 믿습니다. 교육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꿉니다. 앎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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