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9
[질문받SO] 당신이 기억하는 진짜 어른은 누구인가요?
'거절하는 자'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
🤔 거절하는 사람을 설득해 콘텐츠를 만들면서 ‘내가 무리한/무례한 기획을 하는 건 아닐까?’라는 자기 의심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그런 느낌이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하고 끝까지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나요? (JoR)
↳💁♀️김현지의 답변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었다면 바로 이 부분, 주인공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평생을 남을 위해 사신 분께서 은퇴하셨는데 또 그분께 짐을 지워 드리는 셈이니까요. 그럼에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확신이 있었고 선생님 주변의 또 다른 좋은 어른들이 응원해 주셨기에 작업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대신 선생님의 개인사와 가족에 대한 취재는 최소화하여 이 영화가 개인적 영웅 만들기가 아닌 '공동체를 유지하는 선의와 낙관'이라는 의미를 전하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주인공의 삶의 형태를 영화가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가 선생님께 받은 것을 갚는 길이라 생각했어요.
'대신 전하는 자'로서 언론의 자유는 끝없이 취재 윤리를 고민하고 책임질 때만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늘 자신의 의도를 스스로 의심하며 자칫 비대해지기 쉬운 언론인으로서의 자아를 다듬어 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매일 흔들리며 견디고 있습니다. 좋은 어른도 어렵지만 좋은 언론인도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자기 확신에 빠지지 않고 사부작사부작 노력해 보겠습니다.
🤔 지역 방송국 다큐멘터리 촬영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wowopopo)
↳💁♀️김현지의 답변
지역 방송사는 가지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예산도 부족하고 유명한 이들을 모시기도 어렵죠. 그런 약점들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강점이 된 것 같습니다. 연예인에 기댄 화려하지만, 익숙한 기획을 아예 배제하니 보통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거죠. 한계를 정한다는 것은 때로 새로운 방향성을 찾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오래 깊이 관찰한 이들 특유의 애정과 고민이 잘 반영된 다른 좋은 지역 다큐도 많이 찾아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른'은 어떤 사람인가
🤔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어른’은 어떤 사람인가요? (홍지현)
↳💁♀️김현지의 답변
좋은 어른은 완성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과제를 끝내면 짜잔- 지금부터 당신은 좋은 어른입니다- 평생 인증을 받는 형태가 아니란 거죠. 늘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나의 태도와 인생을 만드는 거니까요. 그래서 좋은 어른은 꼭 나이가 많을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오늘의 좋은 사람이 오늘의 좋은 어른인 거죠. 내일은, 내일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겠죠? 정말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규칙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요즘은 아이들이 살기 참 힘든 세상인 것 같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일까요? (리사)
🤔 요즘은 아이들이 살기 참 힘든 세상인 것 같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일까요? (리사)
↳💁♀️김현지의 답변
아이들이 정말 힘들죠, 요즘. 특히 매 순간 모든 일에 경쟁해야 하는 분위기가 점점 심해집니다.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왜, 무엇을 위해 경쟁하는지, 무엇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야 하는데 모두가 휩쓸려 있다 보니 참 쉽지 않아요. 저도 늘 고민입니다.
평범한 우리가 김장하 선생님과 똑같이 살 순 없겠지만 한 가지 닮고 싶은 점을 찾아 되새긴다면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우선 성실함과 유머를 잊지 않는 상큼한 중년이 목표입니다. 사부작사부작 함께 가요!
요즘 같은 시대에, '인간의 선의'란
🤔 인간의 선의를 무조건 믿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감독님은 어떤 기준으로 타인을 믿으시나요? 믿음과 관계없이 무조건적 선행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뽜밹렄딬)
희망을 이야기 할 때 naive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자체가 세상이 각박하다는 이야기겠죠. 선의는 더 끈질기고 치밀하고 강력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