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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SO] 당신이 기억하는 진짜 어른은 누구인가요?
2023/11/24
안녕하세요. 얼룩커 여러분, 에디터 D입니다. 벌써 연말이 다가오네요. 나이는 먹어가는데 나는 그대로인 것 같고. 어릴 적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성인이 된 지금은 어른이라는 단어가 한참 멀게만 느껴집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사람이 진짜 어른일까요. 여러분은 살면서 진짜 어른을 만난 적이 있나요?
경상남도 진주에는 60여 년 세월 동안 남몰래 도시를 지킨 김장하 선생님이 계십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는 부지런하고 검소한 선생님으로 보였습니다. 좁고 낡은 집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하며, 늘 헤지고 닳은 옷을 입고 다니셨으니까요. 하지만 김장하 선생님은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셀 수 없는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셀 수 없다’는 표현은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 셀 수 없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김장하 선생님께서 절대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죠.
경상남도 진주에는 60여 년 세월 동안 남몰래 도시를 지킨 김장하 선생님이 계십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는 부지런하고 검소한 선생님으로 보였습니다. 좁고 낡은 집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하며, 늘 헤지고 닳은 옷을 입고 다니셨으니까요. 하지만 김장하 선생님은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셀 수 없는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셀 수 없다’는 표현은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 셀 수 없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김장하 선생님께서 절대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죠.
말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난 선행과 기부도 무수히 많습니다. 학교를 설립하여 국가에 기부채납하고 1,0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의 장학금을 지원했으며, 지역의 언론사를 비롯해 시민 사회 단체를 끊임없이 후원했습니다. 김장하 선생님의 이야기는 조용하고 강력하게 시민들 사이에서 퍼져나갔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역 언론사에서 그를 취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김주완 기자, 그리고 MBC경남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김현지 PD였습니다.
그렇게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탄생합니다. 다큐멘터리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방송에 이어서 지난 11월 15일 <어른 김장하>가 영화로 개봉했습니다.
영화 <어른 김장하>를 만든 김현지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와 영화는 어떻게 다른가요?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김장하 선생을 처음 소개하는 것이다 보니 조금 더 설명적일 수밖에 없었어요. 영화로 만들면서 자신의 선행을 숨기려는 김장하 선생과 알리려는 김주완 기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느낌이 더 잘 살아난 것 같습니다. 굉장히 따스한 이야기인데도 희한한 서스펜스가 있어요. 평양냉면 같이 슴슴하지만 중독되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 영화 <어른 김장하>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요?
각자도생이 시대정신이라 말하고, 돈이 인격과 명예가 되어버린 시대에 아이를 키우면서 절망감을 느낄 때가 많아요. 옳고 그름보다는 편 가르기에 집중하는 시대에 사람이 사람을 돕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걸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모두가 지쳐서 다 포기해 버리기 전에요. 특히 청소년, 청년들에게 인간의 선의를 믿어도 괜찮다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서로를 돕는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악한 영향력의 시대에 선한 영향력의 희망을 봅니다." (가수 이승환)
"<어른 김장하>를 보고 좋은 어른 만나고 싶었다." (배우 김남길)
"내 삶도 한 번은 바라볼 곳이 정해진 것 같은 느낌." (배우 조민수)
영화를 보고 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 영화를 본 관객들은 어떤 반응이던가요?
많이 우셨어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인데 뭔가 후련하고 위로를 받는 기분이라고 하셨거든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살아도 좋구나' 하고요. 끝없는 경쟁에 지친 청춘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긍정할 수 있게 해주신 것 같아요. 다들 착하게, 아름답게 살고 싶은데 세상이 자꾸 그러면 바보 된다고 겁을 주잖아요. 근데 선생은 자신의 삶을 통해 서로 돕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신 거니까요.
질문받SO - 김현지 편 댓글 당첨자입니다.
@홍지현 @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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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발송 기간: 12월 11일까지 보내주세요.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행을 베푸는 사람을 보면 따뜻하게 바라보기 이전에 “어디 전재산 기부했나보자!” 라고 의심하고 진정성을 확인하고자 드는 습성이 한국인에게 있습니다. 자기들은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들이 해외 결식아동을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국내에도 결식아동 많다, 장애인을 도운 사람들에겐 비장애인도 힘든사람 많다, 이런식이죠. 유명인이 선행을 한게 알려지면 이미지 세탁, 코스프레 운운하구요. 어쩌면 어른 김장하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괜시리 자기 잣대로 의심하고 비난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JACK alooker 이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어른들을 찾고 이야기하는 기회가 생겨서 좋아요!
@최성욱 위선도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진심이 되지 않을까요? 한없이 과격해지는 정치언어에 많이 지치는 요즘입니다. 정치는 어느 한 편이 이기고 나머지를 절멸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결국 함께 살아가기 위한 것임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최성욱 님께 <어른 김장하>가 위로가 되길 바랄게요.
@리사 아이들이 정말 힘들죠, 요즘. 특히 매 순간 모든 일에 경쟁해야 하는 분위기가 점점 심해집니다.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왜, 무엇을 위해 경쟁하는지, 무엇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야 하는데 모두가 휩쓸려 있
다보니 참 쉽지 않아요. 저도 늘 고민입니다.
평범한 우리가 김장하 선생님과 똑같이 살 순 없겠지만 한 가지 닮고 싶은 점을 찾아 되새긴다면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우선 성실함과 유머를 잊지 않는 상큼한 중년이 목표입니다. 사부작사부작 함께 가요!
진짜 어른하면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님 생각나네요.
@뽜밹렄딬 아무도 믿기 힘든 순간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애써 믿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인간이 모든 순간에 선한 것은 아니잖아요? 다만 선의를 믿는 사람들을 비웃을 필요도 없겠죠.
저는 의심이 많고 공감보다는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는 건조한 사람입니다. 사람을 잘 믿는 편이냐면 그렇진 않아요. 대신 상대의 행동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해서 믿음 그 자체는 제게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네요. 제가 믿어야만 할 이유도, 상대가 제게 믿음을 얻어야 할 필요도 없는 관계가 더 많으니까요. 믿음보다는 설득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의 선의'라는 불가해한 분야에 더 흥미가 생깁니다. 요즘은 '선의'를 촌스러운 것이라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저는 생각이 달라요. 어떤 악의보다 더 끈질기고 매혹적이며 때로 더 폭발적이죠. 의심하고 파괴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믿고 보살피는 것은 매우 힘들죠. 그럼에도 악마는 대중종교를 만들지 못했지만 성인들의 삶은 종교가 되었잖아요? 그 설득하는 힘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인류문명이 오랫동안 제어하려고 한 나쁜 습성을 굳이 파헤칠 필요가 있을까요? 가만히 자기 안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는 것들인데요. 그보다는 당장 자신에게 아무 이득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임에도 어쩌지 못하고 남을 돕는 그 습성이 얼마나 놀라운가요. 이태원 참사 이후 집단행동학자의 '남을 돕는 행동은 전염성 있다'는 말이 준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또한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깨달았어요. 나와 내 가족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남을 도와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요.
저는 착해서 남을 돕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내가 남을 도우면 언젠가 누군가 나와 내 가족을 도와주리라 믿기 때문에 돕는 사람입니다. 지금 여유가 있으니까 저축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조금씩요. 멋지진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쁘지도 않은, 그게 저인 것 같습니다.
@홍지현 LG OTIS 기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돕는 이야기는 언제나 뜨거운 감동을 주고 전해듣기만 한 저도 무언가 세상에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힘이 있어요. 홍지현 님도 그렇게 더 좋은 어른이 되셨고 저도 오늘 홍지현 님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합니다.
좋은 어른은 완성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과제를 끝내면 짜잔- 지금부터 당신은 좋은 어른입니다- 평생 인증을 받는 형태가 아니란 거죠. 늘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나의 태도와 인생을 만드는 거니까요. 그래서 좋은 어른은 꼭 나이가 많을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오늘의 좋은 사람이 오늘의 좋은 어른인 거죠. 내일은, 내일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겠죠? 정말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규칙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wowopopo 지역 방송사는 가지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예산도 부족하고 유명한 이들을 모시기도 어렵죠. 그런 약점들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강점이 된 것 같습니다. 연예인에 기댄 화려하지만 익숙한 기획을 아예 배제하니 보통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거죠. 한계를 정한다는 것은 때로 새로운 방향성을 찾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오래 깊이 관찰한 이들 특유의 애정과 고민이 잘 반영된 다른 좋은 지역 다큐도 많이 찾아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주말에 영화관에서 <어른 김장하> 보실 거라는 약속, 감사합니다. 역시 큰 어른은 큰 화면으로 모셔야죠.
@JoR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었다면 바로 이 부분, 주인공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평생을 남을 위해 사신 분께서 은퇴하셨는데도 또 그분께 짐을 지워 드리는 셈이니까요. 그럼에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확신이 있었고 선생님 주변의 또다른 좋은 어른들이 응원해 주셨기에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대신 선생님의 개인사와 가족에 대한 취재는 최소화하여 이 영화가 개인적 영웅 만들기가 아닌 '공동체를 유지하는 선의와 낙관'이라는 의미를 전하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주인공의 삶의 형태를 영화가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가 선생님께 받은 것을 갚는 길이라 생각했어요.
'대신 전하는 자'로서의 언론자유는 끝없이 취재윤리를 고민하고 책임질 때만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늘 자신의 의도를 스스로 의심하며 자칫 비대해지기 쉬운 언론인으로서의 자아를 다듬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매일 흔들리며 견디고 있습니다. 좋은 어른도 어렵지만 좋은 언론인도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자기확신에 빠지지 않고 사부작사부작 노력해보겠습니다.
질문받SO - 김현지 편 댓글 당첨자입니다.
@홍지현 @JoR
아래 메일로 휴대폰 번호를 전달해주시면 커피 쿠폰을 보내 드립니다.
day@alookso.com
메일 발송 기간: 12월 11일까지 보내주세요.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JACK alooker 이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어른들을 찾고 이야기하는 기회가 생겨서 좋아요!
@최성욱 위선도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진심이 되지 않을까요? 한없이 과격해지는 정치언어에 많이 지치는 요즘입니다. 정치는 어느 한 편이 이기고 나머지를 절멸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결국 함께 살아가기 위한 것임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최성욱 님께 <어른 김장하>가 위로가 되길 바랄게요.
@뽜밹렄딬 아무도 믿기 힘든 순간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애써 믿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인간이 모든 순간에 선한 것은 아니잖아요? 다만 선의를 믿는 사람들을 비웃을 필요도 없겠죠.
저는 의심이 많고 공감보다는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는 건조한 사람입니다. 사람을 잘 믿는 편이냐면 그렇진 않아요. 대신 상대의 행동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해서 믿음 그 자체는 제게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네요. 제가 믿어야만 할 이유도, 상대가 제게 믿음을 얻어야 할 필요도 없는 관계가 더 많으니까요. 믿음보다는 설득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의 선의'라는 불가해한 분야에 더 흥미가 생깁니다. 요즘은 '선의'를 촌스러운 것이라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저는 생각이 달라요. 어떤 악의보다 더 끈질기고 매혹적이며 때로 더 폭발적이죠. 의심하고 파괴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믿고 보살피는 것은 매우 힘들죠. 그럼에도 악마는 대중종교를 만들지 못했지만 성인들의 삶은 종교가 되었잖아요? 그 설득하는 힘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인류문명이 오랫동안 제어하려고 한 나쁜 습성을 굳이 파헤칠 필요가 있을까요? 가만히 자기 안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는 것들인데요. 그보다는 당장 자신에게 아무 이득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임에도 어쩌지 못하고 남을 돕는 그 습성이 얼마나 놀라운가요. 이태원 참사 이후 집단행동학자의 '남을 돕는 행동은 전염성 있다'는 말이 준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또한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깨달았어요. 나와 내 가족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남을 도와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요.
저는 착해서 남을 돕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내가 남을 도우면 언젠가 누군가 나와 내 가족을 도와주리라 믿기 때문에 돕는 사람입니다. 지금 여유가 있으니까 저축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조금씩요. 멋지진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쁘지도 않은, 그게 저인 것 같습니다.
@홍지현 LG OTIS 기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돕는 이야기는 언제나 뜨거운 감동을 주고 전해듣기만 한 저도 무언가 세상에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힘이 있어요. 홍지현 님도 그렇게 더 좋은 어른이 되셨고 저도 오늘 홍지현 님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합니다.
좋은 어른은 완성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과제를 끝내면 짜잔- 지금부터 당신은 좋은 어른입니다- 평생 인증을 받는 형태가 아니란 거죠. 늘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나의 태도와 인생을 만드는 거니까요. 그래서 좋은 어른은 꼭 나이가 많을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오늘의 좋은 사람이 오늘의 좋은 어른인 거죠. 내일은, 내일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겠죠? 정말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규칙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JoR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었다면 바로 이 부분, 주인공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평생을 남을 위해 사신 분께서 은퇴하셨는데도 또 그분께 짐을 지워 드리는 셈이니까요. 그럼에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확신이 있었고 선생님 주변의 또다른 좋은 어른들이 응원해 주셨기에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대신 선생님의 개인사와 가족에 대한 취재는 최소화하여 이 영화가 개인적 영웅 만들기가 아닌 '공동체를 유지하는 선의와 낙관'이라는 의미를 전하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주인공의 삶의 형태를 영화가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가 선생님께 받은 것을 갚는 길이라 생각했어요.
'대신 전하는 자'로서의 언론자유는 끝없이 취재윤리를 고민하고 책임질 때만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늘 자신의 의도를 스스로 의심하며 자칫 비대해지기 쉬운 언론인으로서의 자아를 다듬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매일 흔들리며 견디고 있습니다. 좋은 어른도 어렵지만 좋은 언론인도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자기확신에 빠지지 않고 사부작사부작 노력해보겠습니다.
중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오늘 저녁에 한 이야기입니다. " 엄마, 나는 어른이 되면 우리 사회에 등수를 매기는것 부터 없애고 학연지연 같은것 다 없애고 싶어" 아이들도 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세상인것 같습니다.
이토록 힘든 세상에서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일까요? 내 안의 어린이와 이별하고 싶은데 나이가 들었어도 아직도 누군가를 위로해주기 보다는 내가 위로받기를 원하고, 누군가를 사랑해주기 보다는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내 안의 그릇이 커야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는데 그 그릇에 쓸데없는 근심걱정들로 가득 채우다 보니 새로운 것들을 담아낼 공간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내 안에 어린이와 이별하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돈도 명예도 썩혀두면 다 똥이 되고 독이 된다는 말 천번만번 공감이 갑니다. 주변에 사랑주의를 주장하는 분이 계셔서 오랜시간 참으로 존경했었는데 돈과 명예앞에서 진실되지 못한것을 보고 크게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진정한 어른은 이런 돈과 명예도 포기할 줄 알고 그 앞에서도 진실되고 진실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진실된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리사 아이들이 정말 힘들죠, 요즘. 특히 매 순간 모든 일에 경쟁해야 하는 분위기가 점점 심해집니다.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왜, 무엇을 위해 경쟁하는지, 무엇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야 하는데 모두가 휩쓸려 있
다보니 참 쉽지 않아요. 저도 늘 고민입니다.
평범한 우리가 김장하 선생님과 똑같이 살 순 없겠지만 한 가지 닮고 싶은 점을 찾아 되새긴다면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우선 성실함과 유머를 잊지 않는 상큼한 중년이 목표입니다. 사부작사부작 함께 가요!
진짜 어른하면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님 생각나네요.
@wowopopo 지역 방송사는 가지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예산도 부족하고 유명한 이들을 모시기도 어렵죠. 그런 약점들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강점이 된 것 같습니다. 연예인에 기댄 화려하지만 익숙한 기획을 아예 배제하니 보통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거죠. 한계를 정한다는 것은 때로 새로운 방향성을 찾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오래 깊이 관찰한 이들 특유의 애정과 고민이 잘 반영된 다른 좋은 지역 다큐도 많이 찾아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주말에 영화관에서 <어른 김장하> 보실 거라는 약속, 감사합니다. 역시 큰 어른은 큰 화면으로 모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