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아이들과 더불어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2/05
천방지축 아이들과 더불어
   

   
글 박선욱
   
동녘지역아동센터에 야간보호 교사로 처음 온 날은 아이들과 언제 친해질까 하는 마음에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곧장 친근하게 구는 아이들 덕분에 처음부터 낯설지 않은 곳이 되었다.
내가 맡은 아이들은 센터에서 가장 유명한 삼남매였다. 이 아이들 중에서도 막내는 조그만 녀석의 몸에서 나오는 고함 치고는 꽤 우렁차다 못해 굉음에 가까웠고, 둘째 또한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이 아이들이 노는 방식은 여느 아이들과 달라서 다른 아이들에게 심각한 방해와 훼방을 놓는 결과를 초래하기 일쑤였다.
아이들이란 놀기 좋아하고 제멋대로인 측면이 다분히 있게 마련이고 또 고집을 부리거나 말을 안 듣는 일이 가끔씩 있는 법이므로 이러한 일로 부모나 선생님이 타이르거나 혼을 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프로그램 중에 뛰어다니거나 개별 행동을 하는 등 정도가 심했다. 뿐만 아니라 공연히 다른 아이들을 괴롭혀서 한 대씩 맞거나 상대 아이의 짜증을 유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나는 삼남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몇 가지 단순한 놀이를 하면서 차츰 이 아이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삼남매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지 못한 채 비닐하우스에서 지내야 하는 처지였다. 엄마의 오랜 부재, 1년여 동안 큰집 생활을 하다가 최근 돌아온 아버지, 일용직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할아버지, 장항동 호수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주방 일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꾸려 가는 할머니, 실직자인 큰아버지와 더불어 일곱 식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자연스레 욕설이 입에 붙었고 생존 본능만 살아 있는 강퍅하고 살벌한 놀이와 거친 행동이 몸에 익었다. 아이들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축복인 존재임엔 틀림없지만, 이 아이들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여자아이가 첫째이고 2학년인 남자아이가 둘째이며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가 막내였다. 아이들은 지난 2월경 무료함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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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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