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을 잘 잡기 위하여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1/19
간첩을 잘 잡기 위하여 
.
한국 정보기관과 수사 당국의 ‘간첩 만들기’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 현대사에는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친척이나 친구 하나 잘못 두었다가, 또는 고기 잡다가 북에 끌려 갔다 왔다가 책 몇 권 흥미나는 대로 읽었다가 간첩의 딱지를 붙이고 평생을 망가뜨린 사람들의 피눈물이 곳곳에 배어 있다. 아니 배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넘쳐 흐른다. 전쟁 전 여순 반란 사건 이후 숙군 작업에서 특무대장 김창룡은 군 내에서 거대한 ‘빨갱이 사냥’을 벌였거니와 그 양상이 어떠했는지는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이종찬 장군의 일갈로 입증된다. “전기로 지지면 불지 않을 놈이 어디 있느냐. 이 버러지 같은 놈아.” 
.
이렇듯 정권의 안위를 위해, 또는 정보기관의 밥그릇을 위해, 국민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 만들어진 간첩을 무수히 많았다. “요즘 세상에 그런 일이 있겠느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자그마치 21세기에 국정원은 한 사람의 공무원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외국의 공문서까지 위조하는 어이없는 파렴치 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그 뻔한 수작을 증거 삼아 기소했던 검사는 지금 또 한 번 자그마치 이번 정권의 청와대의 ‘공직기강’ 비서관이시다.

.
최근 국정원 이하 수사 기관이 대대적으로 간첩 사건을 들춰내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보부부터 안전기획부를 거쳐 지금의 국정원에 이르는 그 ‘조작 3대’의 역사와 현실을 거울 삼자면 그 간첩 사건의 난리통에 시큰둥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간첩은 잡기보다는 만드는 쪽이었고, 진지한 첩보전보다는 북 치고 꽹과리치는 정권 홍보전의 일환일 때가 많았으므로. 
.
오늘 민주노총 압수수색 역시 첩보전보다는 홍보전의 일환이었다. 윤건영 의원이 말하는 대로 “문재인 정권 때부터 수사해 온 사건들”일진대 이미 웬만한 증거는 다 확보했을 것이고, 민주노총 간부 1인의 혐의 때문에 민주노총이라는 노동계 대표의 사무실을 뒤집어 엎을 이유는 없다. 정권이 필요했던 것은 그저 민주노총에 북과 내통하는 간첩 혐의자가 ...
김형민
김형민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273
팔로워 3.4K
팔로잉 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