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통첩: 퀴어 러브
2023/06/07
2. 지금 같이 산지 1년 반이 되었고 전세 계약 종료까지 반년 정도가 남았다. 우리는 고민하고 있다. 전세 계약때문에 관계가 묶여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이 사람과 내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지. 법적으로 혼인을 할 수 없는 한국 레즈비언들은 '다음 단계'를 어떻게 밟는 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다음 단계'란 가족과 친구를 초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상속 유언장을 쓰는 것이다.(한국에서 동성애자들은 급사하면 큰 일 난다. 내 재산이 내가 가장 증오하는 형제자매에게 자동으로 상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파트너에게 상속을 명시하는 유언장을 쓴다.) 그런데 다음 집을 알아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 여자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언니, 우리 이번 전세 계약이 끝나면, 따로 살자. 그리고 각자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고 정말 '결혼'할 건지 결정하지 않을래?'
3. 여자친구가 일방적으로 '최후 통첩'을 한 것 처럼 들리지만, 사실 끊임없이 방황한 것은 나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던 부모 때문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한 사람에게 정착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