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되는데 한국은 안 되는 것 - 방송의 정치적 독립
2023/06/09
1.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를 롤모델로 삼아 만들어졌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이 기관의 핵심목표이다. 하지만 실제 구성을 들여다보면 한국의 방통위와 미국의 FCC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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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FCC는 상원의 인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 5인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이들 중 같은 정당 소속은 최대 3명까지만 허용된다. 민주-공화 양당제인 미국에서 민주당 소속 위워이 3명이면 공화당 소속이 2명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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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국 대통령은 FCC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가진 권한은 상원이 선임한 위원들 가운데 한 명을 위원장으로 지명하는 것이다. 상원이 여소야대로 구성되어 있을 경우 야당 다수로 FCC 위원을 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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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더 중요한 건 FCC 위원들의 임기다. 이들의 임기는 5년으로 보장된다. 이는 미국 대통령의 단임 임기인 4년보다 길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어떤 대통령은 임기 중에 FCC 위원장을 임명하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러니 애초에 대통령이 FCC를 자기 몫으로 보지 않는다. 말 그대로 FCC는 연방정부와 별개로 운영되는 것이다. 이것이 '자유의 나라' 미국이 지향하는 독립적 기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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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국의 민주주의를 롤모델로 삼았던 역대 한국 정부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방송통신위원회(2008년 이전에는 방송위원회)를 설립·운영해왔다. 방통위 역시 FCC처럼 5인 위원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송의 독립성 보장이 주요한 목적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FCC와 우리나라의 방통위의 외형은 그럭저럭 닮았다....
MBC 라디오 PD. <손석희의 시선집중>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양희은 서경석의 여성시대> 등 시사, 경제, 교양 프로그램들을 주로 담당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역사를 두루 좋아하는 역사덕후이지만 특히 이슬람권의 역사와 정치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중동은 왜 싸우는가>가 있다.
저런 법이 있었군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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