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적은 누구인가?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9.19 군사합의 폐기 의견에 대하여

노경호
노경호 · 연구자
2023/10/16
흔히 국가들의 관계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라고들 말한다. 이른바 ‘현실주의’적 관점이다. 그러한 현실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국제질서는 힘이 센 국가와 약한 국가들이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경쟁하고 분투하는 가운데, 이들을 상위에서 규제할 권력(국가 안에서는 정부)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다. 예를 들어 한 국가 안에서 아무리 한 개인이 강하다고 해도 공권력보다 강할 수는 없기에, 그는 자기 마음대로 약한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을 수 없다. 그런데 국제관계 속에서는 그렇게 강자를 규제할 법도 공권력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제관계를 무정부상태가 아니라 일종의 질서로, 그래서 ‘국제질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어떤 강자라도 마음대로 하게 만들 수 없는, 그 무언가는 무엇일까? 나는 이에 대한 유력한 설명 중 하나로, 윤리적 구성주의를 국가 차원에 적용해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윤리적 구성주의란 짧게 말하면, 도덕이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행위자로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지키게 될 법하고 지킬 수밖에 없는 구성물이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물은 저절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지구는 저절로 태양 주위를 돈다. 그런 것을 우리는 운동이라고 부르지 행위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그 어떤 것도 저절로 하지 않으며 자유롭다. 그렇기에 인간이 어떤 행위를 한다면, 거기에는 밖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어떤 이유가 반드시 존재한다. 그 이유는 나에게 항상 일관적이어야 하며, 나는 구체적인 사회적 역할에 의해 혹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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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대철학과 정치철학을 공부합니다; 번역: <정치철학사>(공역, 도서출판길, 2021),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23); 신문 <뉴스토마토> 시론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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