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가 보여주는 쇼와 노스탤지어

박인하
박인하 인증된 계정 · 만화평론가, 만화연구자
2023/03/21
2023년 벌써 시즌 10을 방영중인 <고독한 미식가>(출처 : www.bs-tvtokyo.co.jp/)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孤独のグルメ)'는 구스미 마사유키(久住昌之, 1958-) 글, 다니구치 지로(谷口ジロー, 1947-2017) 만화가 원작이다. 잡화수입상을 경영하는 이노가시라 고로(伊之頭五郎) 씨가 일본, 때론 한국과 대만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다 배가 고파지면 가까운 음식점을 찾아 최대한 맛있게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만화에서 고로 씨는 학창시절 유도를 배운 듯 하다. 한국판 2권 4화에서 신입사원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는 상사를 말리다 시비가 붙고, 먼저 멱살을 잡은 상대방을 단박에 제압한다. (아래 만화 참고) 만화판의 고로 씨는 덩치가 좋지만 드라마에서 고로 역을 맡은 마츠시게 유타카는 큰 키에 비쩍 말라 원작을 먼저 본 시청자들에게는 낯설었지만 먹성만큼은 대단하다. 묘하게 만화판 고로 씨와 거리가 있지만 이젠 마츠시게 유타카가 분한 고로 씨가 더 익숙하기도 하다.
'고독한 미식가'는 작화가 다니구치 지로의 작화 능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오래도록 변하지 않은 일본의 상점가나 식당, 술집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특히 음식을 먹는 순간과 그 이후 만족한 고로 씨의 표정은 다른 만화에서 쉽게 보기 힘든 명장면들이다. 표정, 공간, 음식의 3박자가 탁월해 고로 씨가 만화를 먹는 시퀀스가 마치 VR을 보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재현된다. 다니구치 지로의 작화가 아니라면 구스미 마사유키의 스타일은 빛이 덜 난다. (2013년부터 연재된 츠지야마 시게루의 '방랑의 미식가'와 비교해 보면 다니구치 지로의 힘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고독한 미식가'의 '야키니쿠' 에피소드. 이 에피소드를 본 이후 야키니쿠에 대한 공감각적 이미지는 이 한 컷에 응축되었다.
다니구치 지로 뿐 아니라 그의 ...
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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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한국만화, 일본만화, 웹툰, 그래픽노블 등)를 좋아합니다. 보고,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2020년부터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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