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일기] 누구나와 달리기

이해해준
이해해준 · 인류연재
2024/04/19
    녹다 만 눈 위로 빠득빠득 남편 발자국을 따라 달린다. 그 옆에 찍힌, 사려 깊고 부지런한 주인과 이미 이른 아침 산책을 마쳤거나 진행 중일 개 발자국도 무수히 발견한다. 오늘 매일 새로운 이 계절의 온도와 습기와는 상관없이 달리기 시작하고 10분간 도로 집에 들어갈까 말까를 계속해서 고민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달리기 끝나기 10분 전쯤에 가까워져서야, 아, 도대체 집 언제 나와, 그 자리에 당장 멈춰 서고 싶어 진다고 그런다. 그래서 우리가 같이 달리는 날엔 처음과 마지막, 서로의 발소리를 재촉하는 무언의 멱살잡이로, 집을 나설 때 계획한 거리만큼 내내 두 사람의 숨이 공중을 하얗게 가르며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것이다.  

    출발이 어려운 사람에게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로서의 도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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