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이야기] "고맙다는 말은 최대한 크게 해야 돼!"

성소영
성소영 · 에디터
2024/04/12
unsplash

함께 일하던 동료가 육아휴직에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누군가의 출산 소식을 가볍게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날 유달리 놀랐던 건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내내 모르고 지냈기 때문이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는 동료들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메일과 메신저로만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예상치 못한 희소식에  마음이 들떠서 곧장 카카오톡을 열어 신생아 장난감을 선물로 보냈다. 그리고 몇 분 뒤, 기쁨은 미안함으로 뒤바뀌었다. ‘그동안 잘 대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내가 보낸 것과 비슷한 금액대의 핸드크림이 선물로 돌아와있었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부풀었던 마음이 금세 쪼그라들었다. 축하를 전하고 싶은 나머지 상대에게 부담을 준 것만 같았다.

언제나 이런 것이 어렵다. 마음을 잘 주고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에도 ‘적당히’라는 기준이 있을까? 오해도 부담도 없이 애정을 전하고, 상대가 그어둔 선을 넘지 않으면서 바람직한 위로를 건네는 방법을 알고 싶다. 나는 늘 넘치거나 모자라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일방적인 애정을 표현했다가 멋쩍은 반응에 서운해지기도 하고, 적당한 말을 고르고 또 고르다가 뻔한 위로만 늘어놓고 돌아와 후회하는 밤이 많다. 이렇게 자책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냉소적인 나를 만난다. 이럴 바에는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좋겠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엄마, 고맙다는 말은 최대한 크게 해야 돼!”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툭 던진 이 한 마디가 책갈피처럼 마음에 꽂힌 건 그래서였다. 아이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나에게 달려와 설명해주는 귀여운 습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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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매체에서 글쓰고 인터뷰하는 프리랜서 에디터. <우리 같이 볼래요?(공저)>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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