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스포일러 리뷰

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8/28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지난 2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이하 아없숲)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이다. 매 회차마다 여러 배우들의 목소리를 빌려 독백의 형식으로 읊어진다. 같은 대사가 계속 반복된다는 것은 연출자가 의도를 가지고 특정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음을 뜻한다.

  덕분에 의미심장하게 다가오지만, 정작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비슷한 분량을 가지는 다른 드라마들의 경우 초반 2~3편 정도 보고 나면 어느 정도 흐름이 잡혔다. 그런데 ‘아없숲’은 초반은 물론, 중반을 훌쩍 넘어서까지 아주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편도 아니어서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꽤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차분하게 나아가는 이야기가 취향인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작품이겠으나 그 반대라면 고구마 같은 전개에 시청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출처: 넷플릭스

  그럼에도 견디고 보다 보면 고속도로처럼 뻥 뚫리는 구간에 들어설 수 있다. 6화 이후로 마지막 8화까지는 같은 드라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급속도로 전개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변속 구간이 다소 늦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완성도는 나쁘지 않았다.

  초반의 느린 진행 속도로 생기게 되는 여백들은 다른 연출 요소들이 채워준다. 흡사 드라마보다는 영화에 더 가깝다고 느낄 정도로 미장센과 배경음악은 일품이었다.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는 두 말할 것 없이 탄탄해서 천천히 가는 만큼 장면 하나하나의 밀도가 매우 높게 다가온다.

  김윤석, 윤계상, 이정은 배우의 연기는 촘촘히 얽힌 그물망처럼, 어느 하나 허술한 곳이 없었다. 특히, 유성아 역할을 맡은 고민시 배우의 열연은 어마어마했다.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 속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았고...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바로, 오늘이 모두의 봄날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쓰고 있다.
742
팔로워 426
팔로잉 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