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는 문제에 대하여-서이초 교사의 황망한 죽음에 부쳐

정찬용
정찬용 인증된 계정 · 영어를 잘하게 만드는 사람
2023/08/03
온통 침묵에 싸여 있었다

온 담을 빙둘러 추모 화환이 놓인 그곳엔 일종의 묵계 같은 것이 작용하고 있었다. 다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나누지 않았으며 다만 가만히 서서 포스트잇의 글을 읽거나 교정 안으로 발길을 옮겨 추모의 대열에 끼어 들었다. 눈가에 습기가 서린 채로 긴 시간 화환 사이를 거닐며 죽은 자와 교감을 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침묵. 너무나 무거운 조용함이 나지막히 그러나 엄중하게 깔려 있었다. 한해에 평균 3,40 명의 교사들이 죽어나가는 동안 별 일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매우 예외적인 사태인 것만은 분명했다. 도대체 무엇이 전국의 교사들을 어떤 소속 단체의 푸쉬도 없이 이 현장을 찾아오게 만든 걸까?

근본적인 위기감

아마도 그것은 공감이었을 것이다. 나도 저렇게 학교에서 내 몸을 던져 이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 달라고 하고 싶었던 지난 날들이 사무쳤을 것이다.  그래서 거기서 땡볕에 쭈그리고 앉아 선배인 내가 먼저 그러지 못해서 어린 후배인 당신이 결국 이런 죽음을 맞이하게 했고 그게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는 글을 작은 포스트잇에 꾹꾹 눌러담았던 거다. 그 중엔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지만 않겠다는 선언도 많아서 단순한 추모의 움직임을 넘어서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마치 도도한 물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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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사실은 넌 영어 바보가 아니야', '대한민국의 미친 엄마들' 등의 저자. 지금도 강남역 인근에서 영어 성공자들 꾸준히 배출 중인 영어 잘하게 만드는 분야 고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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