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문화의 시대] 미래를 찾아볼 수 없었던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덕환
이덕환 인증된 계정 ·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2024/05/12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을 맞이해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취임 100일의 첫 기자회견 이후 631일 만의 두 번째 공식 기자회견이었다. 20여 분의 국민보고에 이어진 한 시간 남짓의 기자회견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여당은 ‘허심탄회했다’고 봤지만, 야당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외신의 평가는 달랐다. 대통령의 답변이 부실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실제로 여당의 총선 참패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도 납득하기 어려웠고, 예민한 국정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과학기술계가 기대했던 알맹이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취임 2주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 (연합뉴스)
‘하이타임’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
   
6000자가 넘는 국민보고는 지난 2년 동안의 성과에 대한 일방적인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가장 먼저 내세웠던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켰다는 지적부터 그렇다. 총선 이후에 뒤늦게 심의·의결해서 내놓았던 2023 회계연도 결산의 충격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국민에게는 더욱 그랬다. 지난해의 관리재정 수지는 무려 87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GDP의 3.9%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기준인 3%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하필이면 기자회견을 개최했던 9일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의 적자도 벌써 75조3000억 원을 돌파했다. 2014년 이래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올해 예산안 편성 당시 예상했던 적자(91조6000억 원)의 82.2%나 된다. 정부 재정의 현실은 대통령이 강조하는 ‘건전재정’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 뜻이다.

지금이 우리가 경제를 도약시키고, 외교의 새 길을 열어야 하는 ‘하이타임’(high time)이라는 지적도 역시 어설프고 공허한 것이었다. 국제 사회와 우리의 현실은 절대 만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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