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여까지 왔노?” 아이를 두고 온 날, 나는 울었다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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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6
우리 학교 제자 광훈(가명)이가 취업 현장에서 손가락 네 개를 잃은 지 3년째 되던 해, 나는 3학년 담임을 맡았다.(관련기사 : <학교도 공장도 지켜주지 못한 열여덟 광훈이의 ‘네 손가락’>)

광훈이 사건이 벌어졌을 땐 기간제 교사로서 정담임의 빈자리를 메우는 임시였지만, 이번엔 진짜 중책이 떨어졌다. 공업고등학교에서 맡은 내 생애 첫 고3 담임. 새 학기 첫 날, 나는 아이들에게 한 가지를 약속했다.

“야들아! 우리 중 대부분은 취업을 나가게 될 거다. 근데 샘하고 하나만 약속하재이. 거기가 어디든 너희가 취업 간 곳에 샘이 꼭 갈 테니까, 너희는 그곳이 안전한 곳인지 꼭 말해야 된대이.”

아이들은 이상하리 만큼 비장한 담임의 말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한 학생이 물었다.

“샘, 회사 오면 맛있는 거 사주나요?”
“당연하지! 맛있는 거 사줄게.”

아이들은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먹는 것부터 말했다. 이 아이들을 과연 공장으로 보낼 수 있을지, 내 마음은 울적해졌다. 방법은 교육뿐이었다.

조례, 종례, 자율활동 시간 등 짬이 날 때마다 열여덟 살 아이들에게 노동 인권, 산업안전, 직장 예절 등을 가르쳤다. 내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아이들의 하품 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샘, 우리도 다 알아요. 그냥 이상한 일 있으면 샘한테 전화할게요. 그만 좀 해요.“
이 아이들을 과연 공장으로 보낼 수 있을까. 방법은 교육뿐이었다. 자료사진. ⓒ셜록
내 걱정과 달리 학교 탈출 일환으로 취업을 애타게 기다리는 학생도 있었다. 마침내 취업 시즌이 다가왔다. 나는 전날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오늘을 시작으로 우리 반 교실에 빈 의자는 늘어나고, 아이들 대부분은 산업 현장으로 투입된다.  

“자, 오늘 우현이(가명)가 드디어 취업을 나간다. 책상 밀고 두 줄로 서라. 우현이가 지나가면 친한 사람은 안아주고, 덜 친하면 악수. 실시!”

우리 반에서는 학생 생일이거나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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