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는 없다”라는 거짓 신화에 맞서는 방법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5/03
한형모 감독의 영화 <질투>(1960)의 한 장면. 시대를 불문하고 한국의 퀴어들은 어느 곳에나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어는 없다"라는 거짓 신화가 한국 사회에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출처- 한국영상자료원

“퀴어는 없다”라는 거짓 신화에 맞서는 방법: 퀴어 문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
   
“퀴어가 없긴 왜 없어?!”
   
한국 사회에서 퀴어란 낯설고 이질적이며 드문 존재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어디에나 있어 뚜렷한 흔적을 남기는 분명한 주체이기도 하다. “이성애 제국”인 한국 사회에서 퀴어는 소외되거나 감춰졌으나, 때로는 필요에 의해 공적인 자리로 불려나오기도 했다. “퀴어는 없다”라는 정체불명의 거짓 신화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는 한국 사회에서 퀴어는 오랫동안 숨죽인 채로 겨우 살아가야 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퀴어는 곤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역동적으로 부각시키며 정치와 문화의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주역이기도 했다. 
   
무엇이든 간에 ‘현재’의 모습을 이해하거나 설명할 때 ‘과거’는 매우 중요한 기제임이 분명하다. 퀴어로서의 한 개인 혹은 집단의 존재 조건이나 변화의 모습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추동된 총체적인 운동 양상을 통해서만 적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퀴어 개인의 실제 삶과 동떨어진 거대한 사회의 구조나 제도만을 말하는 데 목청을 돋우는 일은 한국의 퀴어 문화를 이해하는 데 온전한 시각을 제공하지 못한다. 
   
또한 사회의 변동과 제도의 압력은 제쳐두고 퀴어 개인의 삶만을 지엽적으로 관찰하는 것 역시 한국의 퀴어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 그러니 한국 사회라는 ‘복잡계’와 한국 근현대사라는 ‘혼란기’를 가로지르며 살았던 퀴어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치밀한 관점을 갖춘 연구자의 폭 넓은 발품이 필요한 셈이다.
토드 A. 헨리 편저, <퀴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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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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