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승환 님(이하 독자님으로 칭하겠습니다). 폴라리스 뉴스레터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저희 글을 꼼꼼하게 읽어 주시고 긴 댓글을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써주신 댓글을 읽고, 모처럼 저희가 썼던 레터를 다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부족하지만 던져 주신 질문에 답해나가 보고자 합니다.

먼저, ‘어떤 의도가 바탕에 깔린 상태에서 그 의도로 유도하기 위한 빌드업이 깔린 글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제 느낌이겠죠?’라고 물으셨는데, 그것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저희 레터의 의도와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신 결과입니다.

폴라리스는 좋은 글을 소개하는 매체인 동시에 그 글들을 엮어 하나의 관점과 주장을 레터에 담아내는 매체입니다. 그리고 여느 주장하는 글쓰기가 그렇듯, 폴라리스는 메시지를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매 호 회의를 통해 어떤 글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논리적인 구성과 전개야말로 주장하는 글쓰기의 핵심 아닐까요?) 첫 질문을 통해 독자님께서는 폴라리스가 ‘주장하는 글’을 썼다고 비판하고 계신 셈인데, 아마 ‘왜 주장하는 글을 쓰냐’는 것이 던져 주신 진짜 비판점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독자님께서 느끼신 불편함은 두 가지로 구체화됩니다. 형식적으로는 ‘가르치려 든다’는 태도. 내용적으로는 ‘여성이 특혜나 우대를 받는 것을 옹호한다’는 주장. ‘20대 남자 현상’과 ‘페미니즘 백래시’는 중요한 의제이기에 이를 하나씩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먼저, 가르치려 드는 태도에 대해.

‘가르치려 드는 것’이야말로 저희가 가장 피하고 싶은 태도이기에 독자께서 그런 인상을 받으셨다는 사실에 좌절감과 유감을 느낍니다. 저희는 누구를 가르칠 만큼 많이 공부한 사람들이 아니거니와, 앞으로도 답하기보단 묻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 더욱더 그렇습니다. 행여나 독자분들께 폴라리스가 가르치려 든다는 인상을 드리지 않기 위해 더욱 고민하고, 문장을 다듬겠습니다.

그런데 여러 차례 다시 레터를 읽어보아도 저희 레터가, 그리고 저희 레터가 소개한 글들이 어떤 지점에서 가르치려 드는 인상을 주었는지 특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관련해 ‘4번과 7번에서 여성에 대한 '특혜', '우대'를 비난하는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느낌이 드는데 제 착각이겠죠?’라고 구체화해주셨죠. 4번 글, 정희진 선생님의 글이 소개해 드린 다른 여섯 편에 비해 강한 어조로 쓰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성주의는 여자만 힘들다는 주장이 아니다. 여성주의는 남녀 모두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의문을 갖게 하고,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내용을 핵심 메시지로 하는 이 정도 톤의 글이 ‘가르치려 드는 글’이라는 낙인찍히고 배척받는다면 (그리고 그런 배척이 지배적인 분위기라면) 그것이야 말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주의가 어떻게 공격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가 아닐까요?

상대가 하는 말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 태도를 지적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독자님께서 저희에게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누구에게 머리 위에 서서 알려주고 가르쳐주는 그런 스탠스를 취한 것은 아니길’ 빌어 주실 때, 이것이 정말 저희를 위한 바람인지, 혹은 가르치려 드는 말인지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미묘하고, 또 약간은 감정적인 일이겠지요. 이 갈림길에서 저희가 ‘독자님이야 말로 댓글을 통해 저희를 가르치려 든 것 아니냐’ 따져 묻는다면 그것은 건설적인 대화를 여는 방식은 아닐 듯합니다.

다음으로 여성 우대나 특혜를 옹호했다는 비판에 대해.

하여 독자님과 저희가 진짜로 논의를 이어나갈 지점은 이렇게 구체화됩니다. 여성에 대한 특혜나 우대를 주는 것이 부당해 보이는데, 폴라리스는 그 부당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제가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엔 공부가 좀 부족하다고 느껴지네요. 이렇게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먼저 폴라리스 필진에게 ‘여성이 단지 여성이란 성별을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구조적인 불평등을 겪고 있는가?’ 물으면 아주 강한 ‘예’가 나올 것입니다. 세상에, 사실 이것은 주장의 영역이 아니라 실증의 영역입니다. 여성은 여전히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확률로 경력 단절을 겪고, 종종 채용 시에 불이익을 받으며 아주 자주 더 많은 가사와 육아 부담에 시달립니다. 또, 여성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확률로 성적, 물리적 폭력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성이 상품화되는 정도 역시 비할 바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배경과 맥락을 제거한 채,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에 찬성하냐, 반대하냐?’ 5초 안에 ‘예, 아니오.’로 답하시오’ 묻는다면 저는 그걸 ‘예, 아니오’로 답해야 하는 것이 못마땅해하며 ‘예’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한때 대입 논술을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바이블 같았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적극적 우대 정책이 던지는 도덕적 딜레마를 제가 다 소화해내지 못하는 것도 있고요. 우리 사회보다 먼저 이 주제를 다뤄야 했던 미국 대법원도 반세기에 걸쳐 헷갈려 한 주제이니까요. (물론 이렇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은 사실 좀 속 쓰리게 느껴집니다. ‘여성 우대’라는 키워드만 나오면 버튼 눌리듯 덮어두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비아냥과 조소를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천관율 님의 ‘20대 남자 현상’인데, 레터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여튼 ‘여성에 대한 우대’에 대한 찬반은 개별 사안을 두고 따져야 유의미한 토론이 되지 않을까 딱 그 정도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이것을 사안별로 아주 섬세하게 다루는 일은 사실 저 같은 대중의 손을 떠날 만큼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미 대법원은 인종적 다양성을 증진하고, 역사적으로 발생한 구조적 불평등을 바로잡는 목적이라 하더라도, 피부색에 기반해 선발하는 숫자를 할당하는 것은 위헌이라 판시한 바 있습니다. 저는 적극적 우대 조치에 대체로 찬성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웁니다만, 대법원의 이 해석도 일리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처럼 개별 사안을 두고 이야기할 때 비로소 논의가 가능하며, 그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점으로 인해 저희 레터가 ‘여성주의라는 단어만 나오면 덮어두고 비판하는 집단이 등장했다. 하지만 구조적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면 페미니즘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다는 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조적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도로 끝맺었습니다.

물음에 답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폴라리스를 읽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도 건강하고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폴라리스 드림.

좋은 글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찰력 있는 기사들이네요.

젊을수록 진보이던 시대는 끝났다 [대선서베이] 에서 댓글로 적힌걸 보고 읽었습니다.
참...뭐랄까 어떤 의도가 바탕에 깔린 상태에서 그 의도로 유도하기 위한 빌드업이 깔린 글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제 느낌이겟죠?

대략 제가 읽고 생각한 각 꼭지별 글의 주제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1.무차별적인 능력주의 - 능력 우선주의
2.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 - 개인적인 차이에 따른 불공평함을 언급하지 않는다.
3. 각 개인에 대한 서사가 사라진 모든 맥락이 제거된 '공정'한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
- 이러한 공정함이 20대 남성들에게 먹히고 있는중이다-
4. 공정함을 찾는 남성- 힘들기 때문에 공정함을 찾는다- 그리고 그 공정함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 - 여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20대 남 - 하지만 그 이유는
남성 너거들 자신 때문이다
5. 공정에 대한 2가지 원리 설명
6. 이 세상은 미끄럼틀 공정함보다 존중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
7. 그러니 이런 세상에서 공정 그거 뭣도 아니야 평등을 향해 가자
-평등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우대'나 '특혜'라고 할 수도 있다.

근데 묘하게 4번과 7번에서 여성에 대한 '특혜','우대'를 비난하는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느낌이 드는데
제 착각이겠죠?
여성에 대한 우대나 특혜는 여기에 해당안되죠? 여성이 해당된다는 것을 위한 빌드업 아니죠?
어쨋든 맨스플레인이건 우먼스플레인이건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누구에게 머리위에 서서 알려주고
가르쳐주는 그런 스탠스를 취한것은 아니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