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언
윤재언 인증된 계정 · 일본/한국/동아시아 연구자
2022/12/28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검찰은 '과거 청산의 도구'이면서도, 어느샌가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권력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직전까지 검찰총장을 하다가 선거에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그 '최고의 상징'이라 하겠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한국 국민들의 절반 가까이는 검사와 검찰총장이라는 커리어만으로도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인정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1995년 검찰은 전두환과 노태우를 당초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기이한 논리로 불기소 처분했으나, 이후 여론과 헌재 결정, 특별법 등으로 재수사에 착수해 기소하게 됩니다. 이는 그 동안 민주화를 가로막는 조직으로만 여겨졌던 검찰에게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군사 독재 몰락 뒤의 이른바 '이행기 정의(transnational justice)'를 수행하는 차원에서 검찰이 일정 부분 기여하게 됐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구속되는 장면이 갖는 '스펙터클'은 그 극적인 효과를 크게 했습니다. 전두환이 구속을 거부하고 성명서를 낭독하며 반발하는 장면은 이를 배가시켰습니다. 노태우는 순순히 구속되며 "정치문화를 바로 세워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의 평가가 확연히 갈리는 출발점이었습니다. 2017년 국정농단 국면에서 구속된 박근혜를 방송 카메라가 쫓는 모습은 이 같은 스펙터클의 하나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화 이후 검찰 정치 수사는 대체로 정치적 맥락에서 판단돼 왔고, 구속과 재판이라는 스펙터클은 국민뿐만 아니라, 정치인들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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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경제신문기자로 일하다, 현재 일본 도쿄에서 연구자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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