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사면은 보기보다 더 나쁜 사건이다.

천관율
천관율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2/12/28
   
1.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신년 특별사면 명단은 여러모로 살펴볼 가치가 있다. 이건 윤 대통령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치인과 공직자 75명이 12월 28일자로 사면 복권됐다. 이 전 대통령은 확정된 징역 17년 중 14년6개월과, 아직 내지 않은 벌금 82억원을 면제 받았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이명박계와 박근혜계 주요 인사가 대거 혜택을 받았다. 명단에서 빠진 사람은 ‘최순실’로 더 잘 알려진 최서원씨 정도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백해무익한가? 그렇지는 않다. 어떤 사면은 고도의 정치 행위다.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사면이 있다. 백해무익한 것은 사면 그 자체가 아니다. 고도의 정치 행위를 동반하지 않는 잘못된 사면이 백해무익하다. 이런 건 그냥 대통령의 권력남용이다. 그러므로 사면을 평가할 때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그 사면은 고도의 정치 행위였나, 그냥 권력남용이었나?
Nelson Mandela. 출처 : 연합뉴스
2.
한국에서 넬슨 만델라의 이미지는 좀 성직자같은 데가 있다. ‘평생 탄압받았지만 백인을 용서한 착한 할아버지’ ‘용서의 힘을 보여준 위대한 영혼’ ‘만델라를 보세요. 용서합시다. 서로 포용합시다’ 이런 식이다. 이건 우스꽝스러울 정도의 단순화인데, 실제 현실의 만델라는 언제나 목적을 위해 가장 적절한 수단을 선택하는, 지독하게 목표지향적인 정치가였다. 
   
젊은 시절의 만델라는 가장 급진적인 무장투쟁론자였다. 그게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을 종식할 유일한 수단이라고 봤다. 말년의 만델라는 가장 온건한 화해론자였다. 그게 남아공이라는 공동체가 존속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봤다. 사면은 그가 추구한 필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가장 고도의 정치 행위였다. 
천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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