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 세계사] ‘보통의 존재’, 세계사라는 무대 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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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9

[문학 속 한 장면] 슈테판 츠바이크, <마리 앙투아네트> ①


한 개인이 역사의 흐름을 통찰한다는 건 가능할까?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세상에 도움이 되는지 또는 역사의 관점에서 옳은 선택인지 안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세상의 질서가 급변하는 혁명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1942)의 평전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는 ‘혁명’이라는 세계사적 사건에 휘말린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대의 흐름에 휘말린 개인의 이야기. 위대한 영웅이나 비범한 천재가 아니고서야 시대의 흐름을 이끌거나 거기 맞서기란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통 사람=마리 앙투아네트’를 다룬 이 책은 독자에게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세계 최고의 평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슈테판 츠바이크란 이름은 평전(Critical Biography)을 읽을 때 하나의 열쇠로 삼을 만하다. 그가 다루는 인물들은 니체, 발자크, 디킨스, 톨스토이, 카사노바, 스탕달, 에라스무스, 몽테뉴 등 다양한데, 우선은 마치 소설을 읽는 듯 인물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또한 역사에 대한 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시대 속에서 인물을 조명하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출판계에서는 거의 강조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츠바이크의 평전에는 나름의 체계가 있다. 그 많은 평전들을 무턱대고 써낸 것이 아니라 나름의 체계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세계의 거장들(Baumeister der Welt)’ 시리즈이다. 모두 9명의 작가를 다룬 이 시리즈에서 그는 ‘횔덜린, 클라이스트, 니체’를 1그룹으로, ‘발자크, 디킨스, 도스토예프스키’를 2그룹으로,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를 3그룹으로 묶는다.

1그룹의 작가들은 “마성적인 힘에 붙들려 자신과 현실 세계를 뛰어넘어 무한의 세계로 들어선 유형”, 2그룹의 작가들은 “현존하는 현실 곁에 소설이라는 또 다른 우주를 만들어 제2의 현실을 구축한 유형”, 3그룹의 작가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보다 자아라는 소우주를 세계 속에 펼쳐나간 유형”이다.

어째서 도스토예프스키가 발자크, 디킨스와 한 유형으로 묶이는지, 카사노바는 어떤 글들을 썼길래 톨스토이와 한 유형에 속해 있는지 그 이유들을 짐작해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지만, 츠바이크의 이러한 유형 구분은 19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각자 어떤 (큰) 기획 속에서 작품을 써나갔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또한 보다 보편적 차원에서 이 세 유형은 한 개인이 현실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예시하기도 한다. 작가에 대한 선호를 통해 내가 어떤 유형인지 검토해보는 것 또한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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