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안락 혹은 조력사에 대한 상념.

T
Typebeing · 마음가는대로 무엇이든, Fiction
2023/10/16
-어쩌죠? 보호자께서 선생님께 꼭 드릴 부탁이 있다는데...
새로 마련된 <임종실> 담당 간호사가 내게 물었다.
-얼마나 남았어요?
퇴근 준비를 하던 중이라 약간 짜증이 났다.
-제가 보기엔 약 30분 정도...
많은 환자들의 임종시간을 정확히 예측한 베테랑이지만 30분이 사흘이 된 적도 있었으므로 그녀는 늘처럼 말끝을 흐렸다. 나의 예상보다 그녀가 항상 더 정확했기에 나는 급히 병실로 갔다.
매우 반듯한 인상의 60대 여인과 근무중 달려온 듯 깔끔한 정장차림의 30대 중반 아들이 무슨 얘긴가를 나누고 있다 나를 보자 가볍게 목례를 했다.
-이제 어렵겠죠?
부인의 말에 나는 잠시 환자를 들여다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몇 번 힘든 고비를 넘기셨는데... 이젠 좀 어려울 듯합니다.
알콜의존으로 실려와 정신병동과 내과병동을 수 개월 오갔지만 뇌는 물론 대부분의 장기들이 망가져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된 지는 이미 한 달이 넘었다. 그 사이 의학적으론 설명할 수 없는 과정으로 두 번의 고비를 넘겼으나 환자는 이제 끝에 이르렀음을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175센티미터의 키에 38킬로그램의 체중이니 담요를 덮었어도 그 안에는 막대인형이 들어 있는 듯했고 얼굴은 아직 살아는 있지만 그렇게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선생님께 꼭 드릴 부탁이 하나 있는데...
무언가에 대한 간절함과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부인이 내게 말했다.
-예.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다면 뭐든...
-저 사람 가기 전에 술 한 모금 주고 싶어요.
나는 순간 말을 잊었다. 
술로 인해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에게 술을 주고 싶다니...
그러나 처음은 아니었기에 나는 곧 자신을 수습했다. 
오래 전, 이와 같은 경우를 겪은 적이 있었다. 
절대 알려져서도 안 되고 함께 했던 간호사들도 보안을 지켜줘 아직까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그 때 그것을 허락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잘 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고 다만 그 기억이 사라지기만을 바라며 지내왔는데 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여기 게시된 이야기는 허구이며 픽션입니다. 혹시 만에 하나 현실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는 절대적으로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42
팔로워 43
팔로잉 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