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조수진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3/22
문재인과 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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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까지는 변호사 부러운 적도 없었고, 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망상조차 한 적이 없었다. 단언컨대 없었다. 돈이야 뭐 나보다 많이 벌겠지만 고통으로 일그러진 사람들만 만나거나 범죄자나 법에 호소할만큼 답답한 사람들만 조우하며 그들을 상대로 아웅다웅하며 영혼을 갈아넣는 일이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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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 중
아이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집에 가둬 두고 기르는 이상한 아버지가 있었다. 아이는 운동부족에 패스트푸드 과잉 섭취로 무시무시한 소아 비만이었다. 밥 주고 함께 TV 보는 걸 제외하면 어떤 보살핌도 없었다. 심지어 출생 신고도 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웃들이나 지자체 복지사들이 접근하려들면 심한 폭력성을 보이며 저항했다. 대한민국에서 ‘친족’의 위력은 막강하다. 아동을 분리하더라도 친족이 가서 내달라고 하면 결국은 내 줘야 한다. 이걸 어쩌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가서 협의하니 답은 너무 쉽게 나왔다. 
“우리 고문 변호사님이 그러시는데요. 빨리 분리하래요. 그리고 친족 걱정하지 말래요.” 
“무슨 말씀이세요?” 
“출생신고도 안돼 있다면서요? 그럼 친부라는 증명도 없는 거예요. 아이가 세상에 없는데 어떻게 법적인 아버지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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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 사건을 맡았던 후배가 우리쪽 변호사에게도 물어보니 답은 같았다. 그리고 용맹하게 외쳤다고 한다. “현장이 어디에요? 내가 나가서 그 아버지한테 딱 못박아 줄게요. 당신 이 아이에게 권리 하나도 없다고.” 천군만마란 이런 것인가 싶었다. 골머리를 앓던 지자체 관계자들과 출동한 파출소 직원들까지 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게 보였다. “내 새끼야!” 외치는 이상한 아버지에게 누군가의 말이 꽂히는 걸 영상을 통해 들었다. “아저씨 자식이 아니라니까 법적으로!” 현장에 출동한 변호사였다. 이렇게 들렸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야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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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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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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