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아닌 당신 스스로에게 성실하라

교실밖
교실밖 · 읽고 쓰고 걷는 사람
2024/03/29
'성실(誠實)'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진실로 정성을 다함'이란 말이다. 그런데 어떤 말이든 맥락과 상황에 따라 사뭇 다른 방식으로 쓰인다. 특히 권력 관계가 양자 사이에 끼어들면 더욱 그러하다. 가령 상사가 부하 직원의 덕목으로 성실을 강조한다면 이는 시키는 대로 토 달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다. 교사가 보는 학생의 성실, 교장이 보는 교사의 성실 등은 모두 권력 관계를 사이에 두고 약자의 '의무'를 규정한다. 성실을 의무로 받아들여야 할 약자 입장에서 이 말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쓰인다.

영향력이 강한 쪽에서 약한 쪽에 자꾸 성실을 강조하면 그 관계는 온전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만약 대등한 양자 사이의 '신의성실'을 규정했다면 이는 사회적 계약의 일종이다. 이 경우 성실은 양자가 합의한 계약을 준수한다는 뜻이다. '성실의무'를 조항에 넣는 법도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제56조에서 성실 의무를, 57조에서 복종의 의무를 명시한다. 성실이나 복종이 의무라는 말과 붙어 규범화한 경우다.

이렇듯 권력이 다른 상호관계 속에서 성실은 대체로 의무를 동반한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 성실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경찰에 고발하는 일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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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고민한다. 몇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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