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를 할 수 없는 사람들

박재용
박재용 인증된 계정 · 전업 작가입니다.
2023/03/15
분산투자 혹은 주식회사의 시작

옛날 대항해시대 영국이나 네덜란드에서 출발한 배가 인도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를 가서 교역을 하면 아주 큰 수익을 올릴 수가 있었습니다. 몇 십 배의 수익도 있었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대충 10배의 수익이라고 하지요. 
   
배는 암스테르담 정도에서 출발해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지나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계속 내려가서 희망봉을 돌아 다시 아프리카 서해안을 타고 올라가다 인도양의 계절풍을 타고 인도네시아까지 가야 했지요. 아주 먼 길을 돌아 교역을 무사히 마치고는 다시 오던 길을 따라 오려면 2년 정도 걸리는 건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해적에게 털리기도 하고, 폭풍을 만나 난파되기도 하는 등 꽤나 위험한 일이었죠. 여기선 대충 50%의 확률로 돌아왔다고 하지요.
   
배가 세계를 반 정도 돌고 오려면 꽤 많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대충 10억이라고 합시다. 유럽의 한 부자가 10배라는 높은 수익에 혹해서 10억을 투자하려고 하지만 돌아올 확률이 50%라는 것에 못내 불안합니다. 고민 끝에 이 사람은 좋은 방안을 찾았습니다. 10억을 배 하나에 몰빵하는 게 아니라 10척에 배에 각각 1억씩 투자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죠. 
   
이러면 위험이 굉장히 줄어들지요. 모든 배가 사고가 날 확률은 정확히 하면 1024분의 1이 됩니다. 0.1%도 되질 않는 거죠. 1척의 배만 돌아오면 10배의 수익이니 10억입니다. 본전치기죠. 이럴 확률은 1% 조금 안 됩니다. 나머지 1024분의 1013은 수익이 납니다. 이렇게 투자를 나눠서 하면 위험은 줄어들고 수익은 수익대로 챙길 수가 있지요. 이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자산을 가진 사람을 모아 10명이서 10척의 배에 분산 투자를 합니다. 
   
10척의 배가 떠났지만 돌아온 건 5척이었습니다. 총수익은 500억이었지요. 각자 배 한 척씩에 몰빵을 하면 10명 중 5명은 빈털터리가 되고 나머지 5명은 100억을 벌었겠지만, 분산투자를 통해 이들은 모두 각각 50억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박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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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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