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일용직 노동자인 내가 빌보드 1위 가수?
2023/08/25
매년 그래미 시상식 중계를 챙겨보는 음악 팬들이라면, 컨트리 가수가 나올 때마다 생경함을 느꼈을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와서 청바지를 입고 걸쭉한 목소리를 선보인 뒤 뜨거운 박수를 받는 풍경이 매년 반복된다. “어서 레이디 가가나 브루노 마스가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음악 팬도 있을 것이다.
컨트리는 미국을 상징하는 대중음악 장르이자, 백인 보수주의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악이다. 그러나 ‘미국적’인 색채가 워낙 강한 탓에 세계적인 확장성을 얻지는 못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2010년대 최고의 팝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컨트리의 틀에서 벗어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올해 미국 최고의 히트곡은 컨트리 가수 모건 월렌의 ‘Last Night'으로 기록될 듯 하다. ’Last Night'은 랩의 리듬감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갖춘, 잘 만든 컨트리 송이다. 이 노래는 8월 말 기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총 16주(비연속)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최고의 히트곡인 해리 스타일스의 ‘As It Was'의 15주 1위 못지 않은 성과다. ’레드 넥(미국 교외에 거주하는 하층민 백인)이라는 말은 미국에서 멸칭으로 쓰이지만, 월렌은 보란듯이 ’Red Neck Love Song'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부를 만큼,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