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야 할 군인들은 또 있다
2023/12/15
기억해야 할 군인들은 또 있다
.
<서울의 봄>이 곧 천만 관객을 달성할 것 같다. 모든 걸 떠나서 일단 재미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내 앞에서 퇴장하던 20대 커플 중 남자가 불평하는 걸 들었다. “어우 팝콘 반도 못 먹었어.” 집에 가져가긴 뭐하고 버려야 하니 아까웠을 게다. 하지만 행복한 불평이었으리라. 그 팝콘을 집어먹을 짬을 영화에 빼앗겨 버린 셈이니 얼마나 몰입했던 것일까.
.
영화 속에서 우리는 몇 명의 용감한 군인들을 본다. 뭘 해도 빛나는 얼굴의 이태신(실제 인물 장태완), 공수특전사령관 공수혁(실제인물 정병주) 헌병감 김준엽 (실제 인물 김진기)을 비록해 특전사령관을 지키기 위해 반란군과 총격전을 벌이다가 산화한 오진호 (실제인물 김오랑) 그리고 서슬푸른 반란군 앞에서 총을 빼앗기지 않겠노라 버티다가 전사한 정선엽(실제인물) 병장 등등. 그런데 그 다급했던 날, 그리고 전두환의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그들만큼 용감하지는 못했다 해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들은 또 있다. 그들의 사연을 한 번 짚어 보자.
.
안종훈 장군, 그는 12.12 당시 군수참모부장으로 육본에 모였던 장군 중의 한 사람이었다. 우유부단한 장군들과 정신 나간 듯한 국방장관에게 분통을 터뜨린 수경사령관 장태완이었지만 그의 회고록에서 육본의 그 희미한 별들 가운데 단 한 명의 분노를 증언하고 있다. “이번 쿠데타가 아무리 세밀하게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진압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국민의 군대요 군인의 사명에 따라야 하는 우리 고급 장성들이 우리만 살겠다고 손을 들자는 거요?”(시사저널 2006.5.16.)
.
그러나 역사는 우리가 아다시피 참담한 쪽으로 흘러 12.12 사태는 전두환 일파의 승리로 판가름났다. 장태완 정병주 등은 곤욕을 치렀지만 전두환 쪽도 그들이 좋아하는 ‘싹쓸이’는 원치 않았던 것 같다. 엄연히 군 내부에서도 견제 내지는 존중해야 할 이들이 많았으므로. 그래서인지 군수참모부장 안종훈은 별 셋...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