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5월

이종철
이종철 · 전문 에끄리뱅
2024/05/01

한국의 5월은 신록의 계절이다. 산이 많고 숲이 울창한 한국의 산야는 5월이면 온통 녹색으로 치장을 한다. 이 5월에서 8월까지 이어지는 계절은 한반도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기도 하다.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이어도 시인 김영랑의 말처럼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기기에는 한국의 5월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코로나 이후 더욱 말끔해진 대기는 그동안 꼭꼭 얼굴을 감추었던 마스크를 벗어버리라고 유혹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시간 5월은 두 얼굴을 하고 있다. 5월 초하루는 노동절이다. 이 날을 노동자의 날로 만들기 위해 수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당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 비정규직이 일상화된 신자유주의의 경제,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로 알려진 특수직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와 임금 수준은 그들의 삶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한국이 선진 국가에 들어선 것을 자랑하지만 며칠 전 이천의 물류 센터에서 죽어간 수십명의 노동자들은 아직도 우리가 멀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에서 다시 분명하게 점검할 사안이 있다. 이제 시장 만능주의는 시효가 다했다. 더 이상 강한 자들만이 지배자가 되는 시장 만능주의가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한 국가와 법이 약한 자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5월은 가족의 달이고, 인간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의 날이고, 8일은 부모를 공경하는 어버이 날이고,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일차적 집단이다. 인간이 아무리 보편적 휴머니즘을 주창하더라도 내 새끼를 아끼고 내 부모를 받드는 일보다 더할 수는 없다. 이런 사랑을 가족주의라는 말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가족을 공유하려한 그리스의 플라톤이 실패를 했고, 겸애주의를 주창한 중국의 묵자가 실패한 까닭이다. 교육은 가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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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비판》와 《일상이 철학이다》의 저자.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2,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전4권을 공역했고, 그밖에 다수의 번역서와 공저 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롭게 '에세이철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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