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남일에 관심 가질 때, 내 삶도 좋아진다”

©최지훈
2012년에 첫 산문집 『올드걸의 시집』을 펴냈으니 딱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첫 책은 1쇄를 팔지 못해 절판됐으나 독자들의 요구에 2020년 같은 제목으로 복간됐다. 작가 은유는 학인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때로는 투쟁 현장에 있었고 꾸준히 책을 썼다. 글쓰기 3부작(『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과 산문 3부작(『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다가오는 말들』, 『해방의 밤』)을 비롯해 르포 3부작, 인터뷰 3부작까지, 은유는 언제나 삶의 지근거리에서 독자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는다.

지난 2월 2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13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 은유를 만났다.

📌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

신간 이야기에 앞서 ‘작가 노조 준비위원회’ 이야기를 여쭙고 싶어요. 최근 ‘AI 규제, 저작권, 작가 행동’을 주제로 포럼도 여셨지요. ‘작가 노조’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작년 3월에 작가 노조 준비위원회가 생겼어요. 만화가 이우영 화백님이 소송을 하시다가 돌아가시고 그때 작가 노조도 있어야 하지 않냐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제가 SNS에 원고료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종종 있잖아요. 그 글을 보시고 준비위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공개 포럼에 참여해달라고. 그래서 알겠다고 했죠. 
 
흔쾌히 수락하셨네요.
 
당시에 저도 작가 노조가 있어야 된다고 주변에 외치고 다녔어요. 2023년에 한국 문학 번역가를 인터뷰한 책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를 쓰면서 이 생각이 더 많아졌어요. 젊은 번역가들이 낡은 판을 깨고 번역 웹진을 만드는 시도가 멋져보였죠. 그런데 막상 작가 노조를 하려니까 법적인 절차 같은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막연히 동료들에게 우리도 뭐 해야 하지 않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듣고 다녔어요. 책으로는 세상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어느 정도는 한 것 같아서요. 작가로서 나머지의 생은 작가 노조의 기반을 다져놓는 일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직장 생활을 하셨을 때 노조 활동 경험도 있으시죠.
 
사회초년생 때 증권사 노조에서 일했죠. 그 경력보단, 제가 자유기고가부터 시작해서 단행본 작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글 쓰는 일을 해온 경험이 더 노조의 필요성을 자극했어요. 또 책을 낸 출판사들도 다 달라요. 출판계에 일관된 기준이 없다는 것도 느꼈고요. 또 수업에서 만난 학인이나 동료 작가들과의 인연도 있으니까, ‘작가의 처우’에 대해 온갖 부당한 천태만상의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되었죠. 이게 다 노조가 없기 때문이란 생각을 자주 했어요. 제 경험이 필요하다면 너무 반가운 일이었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요. 
 
대중들과 소통을 활발히 하는 작가들도 적극적으로 노조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준비위원회니까요. 정식으로 노조가 만들어지면 참여가 더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어쨌든 앎과 삶의 일치에 대해 늘 고민하는 입장이라서요. 우리 사회가 정의로워야 하고 평등해야 하고 개인의 권리와 노동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제가 속한 업계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것이 무슨 소용일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실 힘이 없는 사람은 목소리를 낼 수 없어요. 그리고 힘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고요. 왜냐면 자신이 협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저 같은 경우도 "원고료 적어서 안 하겠습니다"라고 해도 크게 상관없어요. 타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생활의 근간을 흔드는 건 아니니까요. 이런 구조라서 작가의 권리가 향상이 안 되는 거 같아요. 그러니 뭐라도 해야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관계된 고용 불안과 임금 문제는 외면하면서, 제가 다른 비정규직 싸움에 합류하고 다른 분야의 동지들의 투쟁에 목소리를 낸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자기모순적이지 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직장인들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소폭이라도 급여가 오르는데, 프리랜서들의 고료는 여전히 낮습니다. 경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장당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많고요.
 
얼마 전 한 문화 계간지에서 서평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고료를 물어보니 원고지 15매에 20만 원이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이 원고료로는 글을 안 쓰려고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20년 전 제가 사보에 글 쓸 때 원고료거든요. 교통비, 밥값 다 오르는데 왜 원고료는 그대론가? 서럽더라고요. 사실 돈이 없는 단체에서 청탁이 올 때는 상황에 따라 더 작은 고료에도 쓰기도 해요. 의미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은 곳에서 이 원고료로 글을 청탁하는 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예요. 이건 비단 출판 쪽 이야기만은 아니고요. 잡지든 책이든 제작비가 정해져 있잖아요. 종이값이 오르고 인쇄비가 오르면 높아진 만큼 맞추면서 깎을 수 있는 건 인건비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게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방식이죠.  
 
지면을 내준 것만으로도 선심을 쓴다고 생각하는 곳들도 있어요. 
 
많죠. 쓸 사람이 많으니까 아쉬울 게 없는 거죠. 출판계가 생각보다 권위주의와 능력주의로 움직여요. 문단은 작가 간 위계가 강고하고. 권리를 주장하면 “네가 유명한 작가가 되면 다 해결되는 문제”라는 식이에요. 억울하면 출세해야 하는 곳이죠. 그래서 다같이 조직화해서 목소리를 내서 어느 작가든 최소한의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권리의 저점을 높여놔야 해요. 유야무야 유지됐던 나쁜 관행들이 바로잡히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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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글쓰기 수업을 진행합니다. '글쓰기의 최전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해방의 밤'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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