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구스의 매력과 낡은 신발의 미학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11/29


본격적으로 족저근막염에 시달리기 시작한 4월에는 발바닥 건강에 좋다는 신발을 사들이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참고로 족저근막염은 워낙 흔하기도 하고 그 통증에 대해 별로 알려진 바가 없기에 아무도 진지하게 걱정하지 않는 병인데, 실제로 겪어보면 여간 불편하지 않다. 특히 아침마다 발바닥을 한계 이상으로 스트레칭해서 찢어대는 듯한 통증이 지속되므로 일어나기가 싫을 지경이다. 그런 와중에 진지하게 걱정해주는 사람 따위는 없다. 가족은 한심하게 여기고, 친구들은 그냥 피부 트러블 정도의 무게로 취급한다. 빨리 낫길 바란다는 얘기 한 번 들어본 일이 없다. 진지하게 걱정하고 조언을 해준 사람은 병원 원장님뿐이었다. 이쯤되면 억울해서라도 빨리 낫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여러 신발을 테스트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돈은 없고 호기심과 쓸모없는 손재주만 약간 있었던 나는 이 과정에서 흠이 있는 신발을 싸게 사들여 수선하는 일에도 중독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질병인 것 같다. 돈과 시간이 줄줄 새고 공간은 하루하루 줄었으니……. 아무튼 이 과정에서 나는 푹신하고 좋은 깔창도 확보하게 되었고, 이만한 깔창이 있으면 예쁜 스니커즈도 신어볼만 하겠다는, 발이 아픈 사람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판단마저 내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중고 장터를 주시하던 나는 골든구스 스니커즈를 한 켤레 구입했다. 굳이 스니커즈중에서도 골든구스를 고르게 된 경위도 제법 이상하다. 이런저런 신발 수선 방법을 알아보고 유튜브를 뒤적이자면 골든구스를 복원한 영상이 꽤 많았던 탓이다. 알아보니 골든구스의 스니커즈는 정가 30만 원에서 7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브랜드 제품이면서도 의도적으로 지저분하게 가공되어 새것도 낡아 보이는 신기한 것들이며, 어디에 맞춰도 무난한 동시에 별모양 장식이 아이코닉해서 연예인들이 즐겨신는다 했다.

나는 이 정보를 접하고 아무리 빈티지가 멋이라지만 새것을 가공해서 낡게 만들어 팔 것까진 없지 않나 싶었다. 게다가 그런 골든구스 스니커즈가 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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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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