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 )로 자란다

윤경수
윤경수 인증된 계정 · 레즈비언 교사
2024/02/16
나를 곁에 두길 즐겼던 여자애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땋길 좋아하고, 업신여기는 표정이 기본인 애들. 그런 얼굴을 하도 많이 하다가 코도 조금 들창코가 된 것 처럼 보이는 애들. 눈치도 안보고 분홍이나 주홍인 물건을 고르는 애들. (5쪽)
학생들은 서로 양팔 거리의 간격을 두고 서 있어야 했지만, 노련한 여자애들은 어른의 규율을 피해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살짝씩 기울여서 서로의 손끝을 닿게하는 방식으로 친근감을 표현할 줄 알았다.(7쪽)
여름방학의 어느 날 저들은 모두 한 번씩 혼자서 나를 찾아왔었따. 서로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말하기 위해서. 나는 뒷문으로만 내어놓는 비밀들이 고여드는 우물이다. 마음속에서 그 비밀들이 서로 닿지 않도록 분류하면서, 나는 누군가에게는 짜릿하고 누군가에게는 잔인할 그 작은 접촉이 내게 간접적으로 미칠 영향을 가늠해 본다. (7~8쪽)
너 같은 남자친구 있으면 좋겠다. 나는 대접받는 게 익숙한 여자애의 뒤에 서서 그네를 밀어주었다. 그저 가끔 그 예쁜 머리칼이 그네 사슬에 콱 끼어버리기를 바랐다. 얼른 그 애의 남자 역할을 끝내고 내 집의 서가 앞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12쪽) 
물론 다음 날이면 언제 그런 협정이 있었냔 듯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을 괴롭히고, 여자애들은 쪼그리고 앉아 복숭아색 무릎을 감싸고 울었다. 여자애들은 여자가 아닌 애들을 괴롭히고, 여자가 아닌 애들은 가능한 한 느리게 가방을 쌌다. (20쪽)
아이들은 상담시간에 자주 운다. 차라리 여자랑 사귀고 싶다고 말하면서 운다. 여자를 좋아하고 싶다.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안다. 그건 호강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고통받을 체력이 회복되고 나면 곧 너 같은 남자를 좋아하고 싶다는 식으로 조건을 붙여 깜찍하게 말을 바꾼다. 그러면 나는 굵은 빗으로 그들의 머리를 윤기가 날 때까지 빗어주면서 겉으로도 속으로도 웃는다. 진심으로? 남자가 이렇게 할 수 있을것 같애?(42쪽)
저 남자애는 알까? 팔짱을 끼는 여자애들은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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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19년차, 레즈비언 3년차. 레즈비언 삶과 교직의 삶을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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