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악으로서 일제강점기와 친일파
2023/01/16
지난 글에서 우리는 내생적 성장론과 마찬가지로 식민지 근대화론도 실증적인 데이터로 입증되지 않는 문제가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럼 이제 ““일제강점기의 경험이 한국 경제성장에 있어 도움이 되었는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경험이 해방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면 거부감을 갖곤 합니다. 한국사 교과서나 한국 근현대사 관련 책을 보면 “일제의 수탈”이라는 서술이 보일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아도 식민지 한국의 생활이 매우 어려운 듯보입니다. 예를 들어 빙허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을 보면 인력거꾼으로 일하는 김첨지의 아내가 설렁탕 한 그릇을 먹고싶어 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일제강점기 설렁탕은 우리가 사는 현대로 비유하면 패스트푸드와 비슷하여 값이 비싼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이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식민지 조선에서 생활하는 인민이 일상적인 의식주에 있어 상당히 어려운 처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문학이 현실을 반영하는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그리고 1910년부터 1930년까지 한반도의 GDP가 상승했음이 실증적 연구로 뒷받침된다고 하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일본이 중국과 태평양에서 전쟁을 시작한 1940년대 이후 한반도는 일본제국에 의해 인력과 식량을 공출당했고 생활 수준 역시 열악해졌습니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많이 접한 바 있는 징용 한국인 문제와 종군위안부 문제 역시 이 시기의 부정적인 유산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이러한 부정적인 유산에도 불구하고, 식민지의 경험이 한국 경제성장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측면 역시 존재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의 경험이 한국 경제성장에 도움을 준 요인은 크게 둘로 인적 요인과 제도와 규범적 요인입니다.
먼저 인적 요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일제강점기는 한반도에 소학교, 중학교, 고등보통학교, 전문학교, 대학교 등 각급 학교가 설립되어 각각 초등, 중등, 고등교육을 실시했을 뿐만 아...
금융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한국 경제성장에 있어 정부 정책이 금융시장 발전에 끼친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가상자산 스타트업을 거쳐 금융시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저서로 "변절 빌런의 암호화폐 경제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