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한 분노의 시선, <다음 소희>

soulandu
soulandu 인증된 계정 · 영상, 방송
2023/02/18

창작자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 까?
그게 당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다음 소희> 공식 포스터

2017년 한 소녀가 저수지에 숨진채 발견됐다. 
<다음 소희>는 그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소희라는 한 아이가 학교가 알선해준 콜센터에 입사하면서 시작된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받는 압박. 복잡하게 연동돼 계산하기 어려운 인센티브. 사측의 편의대로 실습생이었다가 직원이었다가 요동치는 노동자의 위치. 

어떤 아이들은 기대 없이 자라난다. 
특히 학교에서.
지역에서 일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별다른 기대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서연고 다음은 인서울, 그 다음이 지역대 그리고 그 외 모든 곳. 
매번 돌아오는 겨울, 프로그램 대본에 수능 응시자들을 응원하는 방송멘트를 넣을 때마다 이 상황과 전혀 상관없을 나머지 청소년들에 대한 생각을 하고는 한다. 그 아이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소희는 그 아이들 중 한 명이다. 취업률이 중요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적성이나 재능을 찾기보다 기업에 아이들을 밀어넣는데 혈안이 돼있다. 애초에 교육부에서 학교를 평가하는 척도가 취업률이기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채 맞닥드린 세상은 아이들을 철저하게 착취한다. 소희는 2017년 사건처럼 결국 저수지에서 발견된다. 영화 전반부의 이야기다. 


좋은 영화가 하지 말아야할 것들이 몇가지 있다.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말 것, 관객을 가르치려하지 말 것, 교훈을 강요하지 말 것. 영화 <다음소희>는 이 모든 것을 다 한다. <다음 소희>는 설명하고 가르치고 분노한다. 

영화 후반부는 소희의 죽음을 캐내는 형사 오유진의 이야기다. 유진은 이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관계자들을 찾아다니고 주변인들을 탐문하며 소희가 내달릴 수 밖에 없었던 비탈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와 회사 그리고 교육부와 경찰. 조직적으로 설계된 구조의 문제. 구조의 문제란 역설적으로 아무도 그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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