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별 7] 어른인 척하지 마라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10/22
존중과 허용은 다르다

  지난 글에서 저는 요즘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크게 두 가지의 상반된 분위기로 갈린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이를 존중하는 부모와 아이를 아이로만 대하는 부모. 요즘은 사실 전자가 더 많습니다. 워낙 이전 세대가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다보니 아이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 수용하려는 부모들이 많아졌습니다. 생일이나 어린이날 등 특별한 날도 꼬박꼬박 잘 챙깁니다. 아이는 무조건 존중받아야 하는 어른과 대등한 존재가 맞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존중'을 '무조건 허용'과 동의어로 혼동하면 안 됩니다. 존중은 허용과 다른 말입니다. 이 둘을 혼동해 아이에게 주도권을 뺏기거나 권위를 잃는 보호자가 참 많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명확한 선이 필요합니다. 이 선을 정하지 않고 아이를 존중한다며 선을 넘어가는 요구를 모두 받아주는 건 무조건적인 허용입니다. 아이 기를 세워준다며 아이가 요구하는 모든 걸 사준다거나, 아이의 의견만 수렴해 결정하는 건 지양해야 합니다. 보호자도 자신의 의견을 내고 아이의 의견과 보호자의 의견 중에 어떤 게 더 합당한지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 의견을 무조건 들어주는 건 존중이 아니라 지나친 허용입니다. 아이는 태어나면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라고 믿습니다. 아이가 중심이 아니라는 걸 보호자는 양육 과정에서 끊임없이 알려줘야 합니다. 그래야 학교와 사회에서도 원만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권위적'인 것과 '권위가 있는 것'은 다릅니다. 권위적인 건 아이를 아이로만 대하고 존중하지 않으며, 어른이라는 위치로 아이를 굴복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권위는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을 말하는 것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힘입니다. 아이가 자립하기 전까지 부모는 권위를 가져야 합니다. 아이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제 힘으로 살아가기 전까지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면 말과 행동에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권위는 권위적인 방식으로는 세울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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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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