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자의 관점에서 보는 "헤어질 결심"리뷰 - 증명할 수 있는 사랑

오아영
오아영 인증된 계정 · 갤러리 대표, 전시기획자, 예술감상자
2023/01/28
며칠전부터 ott 를 통해서도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 을 볼수있게 되었습니다. 마침 진행하는 전시의 테마와도 맞물리므로 고객들을 모아 갤러리의 크고 하얀 벽을 스크린삼아 함께 봤어요. 여전히, 새로 또 아름답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처음 보고나서 7일쯤은 연속으로 감상평을 날마다 한편씩 적어내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절실하고 생각과 마음이 넘쳤을까요. 그리 많이 적고도 완결된 평을 아직 쓰지 못한것을 보면 저는 아직 이 영화와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본 기념으로 이 영화를 만나고 들어오자마자 적어낸 최초의 감상을 공개합니다. 이 작품과 조우하던 첫 순간의 그 마음을. 관점을.


(되도록 피하려 애썼으나 영화 내용을 간접적으로라도 언급하지 않고는 쓰여질 수 없는 것이 리뷰이므로 스포일러는 무조건 있습니다.)

●방금 집앞에서 심야영화를 보고 들어왔어. 밤에도 영화 보는 사람이 무척 많더라. 양옆에 낯선 청년 둘을 끼고 봤어. 그 작품에 대한 리뷰를 적고자 해. 따끈따끈한 감상이지. 그치만 개인적으로 최초의 감상을 좋아하진 않아. 사람도 예술작품도 오래 계속 속에서 머금고 보고 또 봐. 보면 볼수록 계속 새로운 게 나오므로 처음의 감상은 틀림없이 가장 열등한 것이거든. 그래도. 그래도 오늘은 기분이야. 물론 내가 내어놓을 수 있는 이 작품의 감상중에는 자명하도록 가장 열등할거야.
 

스포일러를 안 하고자 애쓰는 글이므로 아마 나는 리뷰라는 이름을 붙여놓고는 이 영화에 대한 응답으로서 자기고백정도를 하게 될 것같아. 나는 예전부터 내 얘기 하는 일이 참 좋다고도 생각했어. 내 얘긴 나만 괜찮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기도 하니까.


#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 어느 어린시절을 생각했어. 남자를 재미로 유혹하던 시절. 더 정확히 말해 남자를 유혹하는 일을 훈련하던 시절 말야.

물론 나의 예술가적 기질은 중학생때부터 누군가의 연애편지를 봐준다든지 연애조언을 해준다든지 유혹의 상황을 세팅해준다든지 하는 취미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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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아름다움. 이 둘만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이유이자 내용이자 목적이다. 실은 이들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절대적인 두가지라 믿는다. 인간은 제 영혼 한 켠에 고귀한 자리를 품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고 또한 믿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자리들을 손에 만져지도록 구체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일로 내 남은 삶은 살아질 예정이다. 부디 나의 이 삶이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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