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를 조금 덜 사랑해주세요.
2023/01/23
엄마가 이혼했다, 마침내.
10. 하나님, 나를 조금 덜 사랑해주세요.
우리 가족의 살림살이는 b씨의 사정에 의해 몇 번이고 그 모습을 휙휙 바꿔댔지만, 결코 b씨가 이 일에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가지는 일은 없었다. 그 어떤 정성이나 노력도 느낄 수 없었다.
피해의식에 의한 과도한 해석이 아니냐 의심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렇게 믿고 싶으니까. 하지만 수년, 수회에 걸친 대화를 통해 그가 무려 당시의 의사결정이 충분히 민주적이었으며 모든 가족구성원에게 만족스러웠다고 여기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거듭 생각하지만 그는 분명 지능과 도덕성 둘 중 하나는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사태의 주범이 부재하니 남은 피해자들은 날 선 감정들로 불필요하게 서로를 할퀴었다. 서러움, 후회, 짜증, 분노. 갖은 흉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