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렇게 소나무를 자르셨다.

SOCOMFY
SOCOMFY · 편안하게 편안하게
2022/10/02


오랜만의 새벽 근무를 마치고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주말 아침이었다. 계획대로면 아직 더 잘 시간이지만,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다시 잠들기는 그른 것 같아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서는 엄마가 동물 농장을 보며 주말을 즐기고 있었는데, 잠이 덜 깬 채로 나오는 나를 보며 엄마가 물었다.

"왜 깼어? 아침에 들어온 거 아니야? 더 자지 왜."
"아, 햇빛 때문에. 눈부셔서 깼어."
"그래? 있잖아, 그거 엄마가 너 일 갔을 때 볕 잘 들라고 창문 앞에 소나무 좀 쳐내서 그런 거다?"

갑자기 무슨 나무 얘기냐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엄마는 며칠 전 내 창문 앞에 나무가 햇빛을 가릴 것 같길래 좀 잘라냈노라 말했다.
가을 하늘 높고 공활한데, 구름 한 점 없어서 눈이 부신 줄로만 알았지 아들 방에 햇빛 좀 더 들기 바라는 엄마 마음 때문일 줄은 몰랐다. 죄스러우면서 동시에 감사한 속마음과는 달리 왜 힘들게 혼자 했냐고, 같이 하자고 왜 말하지 않았냐는 핀잔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내 진심과는 다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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