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을 ‘주인에게 책임을 물리지 않고 개도 안락사하지 말자’고 읽으셨다면 매우 유감입니다.

저는 글을 통해 ‘안락사는 할 수 있지만 명확한 윤리적 기준과 명분 없이는 살처분이 될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한번 차분하게 읽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기왕 이 덧글을 다는 김에 ‘사람도 사형하는데 개 안락사가 왜 안되냐’고 하시는 말씀에도 한꺼번에 제 의견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비슷한 의견을 개진해준 분들이 많아서요. (다시 강조하지만 안락사 안 된다고 말씀드린 적 없습니다)

사람의 사형에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법을 만들 때, 그 법적 주체(인격/법인격)에는 두 가지의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바로 ‘의사능력’과 ‘행위능력’입니다. 그리고 글에도 언급했지만 사람을 죽게 했다고 다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과실치사라는 죄목도 있죠. 이게 의사와 행위를 구분한 법적 해석을 통해 갈립니다. 그런데 개의 의사와 행위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사람은 그런 마법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안락사’라 부르려면 엄밀한 평가제도가 있어야 하고, 이는 지난 4월 통과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에 포함돼 있어서 세부 시행령을 만드는 중입니다. 개전의 여지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서 안락사까지 가자는 말이 ‘사람 죽인 개는 안락사가 맞다’는 말의 반대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적으로 이런 절차가 답답해 보일 순 있습니다. 그러나 감정에만 휩쓸리면 그게 ‘졸렬한 인간의 살처분’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안락사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긴 글과 덧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