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금융을 위한 변명 :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우리가 주식거래를 하는 이유
2023/02/10
한국에서 대다수 사람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시장실패 — 월스트리트의 “사악한” 금융가의 통제받지 않은 무제한적인 탐욕의 발현 — 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2008년 발생해 현재까지 영향을 끼치는 이 사건의 원인은 시장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은 명백한 정부실패로 간주함이 옳다. 따라서 이건 "신자유주의" 혹은 "월 스트리트의 탐욕" 운운하며 경제학자와 월 스트리트 종사자를 비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자유주의를 내세웠으면서 정책적으로 시장에 부당하게 개입한— 저금리 정책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며 저신용, 저소득 계층에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라 부추긴 —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실책을 먼저 비판해야 하며, 그 다음으로 라구람 라잔을 비롯해 많은 경제학자가 경고한 위기를 무시한 당시 연준이 비판받아야 한다.
여러 금융경제학자와 금융시장에 대한 비판은 그런 이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주택담보대출로 ABS, CDO 등 금융공학 기법을 적용한 복잡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불완전 판매한 금융회사들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물어야 하지만, 그조차도 정부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찌기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그의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에 대한 일반이론"의 마지막 글귀에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경제학자 및 정치철학자의 관념의 힘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다. 세계는 그 관념들이 움직여 나간다. 여하간 지적 영향도 받고 있지 않다고 믿는 실질적 인간도 사실은 이미 죽은 경제학자의 노예이기 일쑤다. 권력을 쥔 미치광이가 하늘의 계시를 듣는다고 주장할 때, 이는 흘러간 삼류 학자 하나를 증류하여 새로운 광기를 생산해 내었다는 뜻과 다름 아니다. (....) 선용되는 악용되든 궁극적으로 위험한 것은 관념이지 사리가 아니다(Soon or late, it is ideas, not vested interests which are dangerous for good o...
금융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한국 경제성장에 있어 정부 정책이 금융시장 발전에 끼친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가상자산 스타트업을 거쳐 금융시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저서로 "변절 빌런의 암호화폐 경제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