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란은 정말 천년 우호관계를 이어온 사이일까? 쿠시나메 이야기

권석준의 테크어댑팅 인증된 계정 · 첨단과학기술의 최전선을 해설합니다.
2023/01/24
Disclaimer: 이글은 역사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쓴 글은 아닙니다.

최근 윤 대통령의 UAE 방문 때 '이란은 UAE의 주적' 관련 설화가 불거져 나온 이후, 뭔가 계속 미심쩍게 마음에 남은 것이 있어서 좀 조사를 해 보았다. 윤 대통령의 설화가 있고 나서, 그 설화를 좀 세게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란과 한국은 천 년의 우호 관계인데 괜히 이란을 화나게 했다'라는 식의 논조를 견지한 사람도 있었다. 물론 나 역시도 서울에는 테헤란로,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을 정도로 나름 우호적인 양국 관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던 점도 있었다. 그런데 내 마음에 좀 찜찜한 느낌을 준 수사는 바로 '천 년의 우호 관계'였다.

한국이 독립해서 이란과 수교를 맺은 것이 반 세기 정도 밖에 안 될텐데 수십 년도 아니고, 수백 년도 아니고, 천 년이 웬 말인가. 너무 이상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조사해 보았더니, 그 관계는 다름아닌 이란의 조상 국가에 해당하는 페르시아와 한국의 고대 국가 중 하나인 통일신라와의 관계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학창 시절에 한국사를 배울 때는 신라가 페르시아까지 교역을 넓혀 직접 교류했다는 것을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물론 내가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놓쳤을 수도 있지만...), 그럼 이 사실이 비교적 최근에 알려지기라도 한 것인가? 그래서 이제는 상식이 되기라도 한 것일까?
 
이러한 의문이 들어 조금 더 조사를 진행해 보았다. 조사 결과 이 이야기는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라는 분이 2009년 영국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던 중세 이란의 고문서를 국제 연구팀과 공동으로 발굴 및 해석하여 201년-2014년에 사이에 펴낸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중세 이란의 고문서는 다름 아닌 '쿠시나메'로 불린 일종의 페르시아 영웅 서사시로서, 페르시아의 아비틴이라는 왕자가 왕조의 멸망 시기 당나라로 망명했다가, 다시 당의 정치적 압박을 피해 al silla (or al sila, 페르시아어로는 basilla)라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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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 방법을 토대로 자연과 사회를 해석합니다. 반도체, 첨단기술, 수학 알고리듬, 컴퓨터 시뮬레이션, 공학의 교육, 사회 현상에 대한 수학적 모델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반도체 삼국지 (2022)', '호기심과 인내 (2022, 전자책)'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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