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틈/금/턱] 금-1. '시설 출신'이라는 말

로빈K
로빈K 인증된 계정 · 사회복지 질적 연구자
2023/05/09
출처: 권지성
'금'은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는 경계를 말합니다. 그 경계를 중심으로 '우리'와 '남'을 구별하고 차별하고 혐오하기도 합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와도 관련된 개념일 것입니다. 

첫 운을 띄워봅니다. 첫 주인공은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다 퇴소한 청년들입니다. 

잠깐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시설 출신', '보육원 출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만약 여러분이 직장에서, 학교에서, 사회집단에서 어떤 청년을 만났는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자신은 부모가 없다고 말하고, 어린 시절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노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그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짓고, 뭐라고 말하고, 그 뒤에 그를 어떻게 대할 것 같습니까? 

어쩌면 당신은 어두운 방 구석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고개를 다리 사이에 파묻고 있는 어떤 아이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브로커'를 포함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방문한 한 시설의 이미지와 거기에 살던 아이들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는 최근 민간사회복지재단이 하고 있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등장하는 자립준비청년의 당당한 표정이나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동하다가 스치듯 보게 된 어느 공중파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시설 퇴소생의 축 늘어진 어깨를 떠올릴지도 모르죠.  

어떤 생각과 표정과 말과 태도를 보였든, 일단 당신에게는 큰 잘못이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당신의 생각은 당신 혼자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니까요. 대부분은 사회가 만들어서 당신에게 주입한 이미지들입니다.  당신은 실제로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다가 퇴소한 청년을 직접 만나본 경험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시절에 어렴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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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의 은밀한 맥락과 패턴을 탐색하고, 사회복지를 위한 더 나은 대안을 찾고자 하는 사회복지 질적 연구자 /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자 / 시민기자 / 모태신앙 개신교인-신학대학원 졸업생-a Remnant Of Belivers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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