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꼭 봐야 하는 글
2023/10/06
결혼하기 전 내 이상형을 적은 목록에는 스포츠를 보지 않는 남자가 있었다. 더 콕 집어서 말하면 야구 중계를 보지 않는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다른 스포츠는 그나마 짧은 시간 안에 끝나고 시즌도 길지 않지만, 야구는 가장 날씨가 좋은 타이밍에 내내 하는 데다가 한번 시작하면 9회 말까지 장장 몇 시간을 TV 리모컨을 쥐고 있을 테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대화에 쓸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남편은 야구를 좋아했지만 응원하던 팀의 계속되는 부진과 실패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덕분에 그는 나의 이상형에 충족되는 조건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되었다. 그는 속 터지는 야구 대신 새로운 취미에 빠져 있었는데 그건 바로 보드게임이다. 학생들과의 다양한 활동이나 수업에 보드게임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던 타이밍이어서 그의 취미와 나의 필요는 속된 말로 아다리가 딱 맞았다. 남편의 취미 덕분에 내겐 조금 낯설던 보드게임을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었고, 새롭게 배운 보드게임들은 학생들과의 수업에서 다방면으로 적용해 볼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