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으면 일어나는 일

오아영
오아영 인증된 계정 · 갤러리 대표, 전시기획자, 예술감상자
2023/04/26
어제, 이화여자대학교의 어느 전공필수 수업에 진로특강의 연사로 다녀왔다. 세상의 지도가운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여자선배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단다. 도전해도 안 죽고 잘 사는 여자 있어! 의 용도지.
지금의 너희는 결코 과거의 내가 아닌데 여자후배들을 만나는 일은 자꾸 내마음이 저만치 앞서가게 만들고 특강의뢰를 받은 나는 이 달려나가는 마음을 말리기가 도무지 어려웠다. 나는, 이또한 자의식과잉이라며 스스로를 꽤나 달래야했다고.   

연사가 지켜야하는 드레스코드가 있을까요, 하는 질문에 수영복만 안 입고 오면 된다고 하길래  "수영복은 왜 안되나요?" 했더니 "여기가 좀 많이 추워요" 하시더라는. 이렇게 멋진 학교라니! 를 외치며 대담한 드레스를 입고 강단에 섰던 시간. 

말을 많이 하기보다 하게 만들겠다고 단단히 다짐하고 가서는, 100여명의 학생들을 마주하고 <차선 말고 최선>을 아젠다로 정규강의시간이 넘치도록 얘길 해버렸다. 돌아와서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내려가기 시작한 응답은 정신을 차려보니 긴 글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음으로 하는 일들은 늘 그렇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의를 마치고 난 자리



Q :사랑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그것을 순수하게 좋아하던 마음을 잃어버릴까봐 두렵습니다. 예술 분야 창업을 하신 연사님도 이런 고민을 하시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사랑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자 할 적에 흔히 하는 고민이지요. 마치 진짜 사랑하는 남자랑은 결혼하면 안사랑하게 된다 와 같은 궤에 있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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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질문자님이 여기서 동원된 "사랑"이란 표현을 무어라 정의하고 있는지의 문제를 짚어야할 것 같아요. 그 사랑의 이유나 특징또한. 관계가운데 인간이 흔히 그러할 수 있듯이 저는 일 또한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고 본답니다...
오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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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아름다움. 이 둘만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이유이자 내용이자 목적이다. 실은 이들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절대적인 두가지라 믿는다. 인간은 제 영혼 한 켠에 고귀한 자리를 품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고 또한 믿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자리들을 손에 만져지도록 구체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일로 내 남은 삶은 살아질 예정이다. 부디 나의 이 삶이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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