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해 쓰겠습니다 - 메리 파이퍼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
2024/04/18
얼마 전 혼자 동네에 좋아하는 국숫집을 찾았다. 점심시간이라 하나 남은 빈자리에 앉았다. 주문하고 수저를 챙기는데 옆자리 모녀의 대화가 들렸다. 일부러 엿듣지 않아도 다 들릴 만큼 크고 또렷한 소리였다.
“특목고 준비해. 엄마는 너 일반고 가는 거 싫어.”
평일 점심시간, 소박한 동네 식당에서 나올만한 대사는 아니다 싶어 놀랐다. 몰래 맞은편에 앉은 딸의 얼굴을 흘깃 보았다. 아이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대차게 말대꾸라도 하면 좀 덜 안쓰러웠을 텐데,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고개를 숙인 모습에 마음이 쓰였다. 잠시 후 일어선 아이의 등에 짊어진 가방이 유독 크고 무겁게 보인 건 내 기분 탓일까. 몇 주가 지난 지금도 엄마의 단호한 목소리와 아무 말 없던 아이의 굳은 표정이 계속 생각난다.
2024년 3월, 교육운동단체 글쓰기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으로 작가이자 심리 상담가인 메리 파이퍼의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을 추천했다. 이 책의 원제는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Writing to Change the World』다. 거창한 제목의 원제보다는 국역본의 바뀐 제목이 좀 더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아이들을 고통과 죽음으로 내모는 입시지옥에서 글쓰기를 통해 아주 작은 변화라도 꾀하고파 모인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서 참조할 게 많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