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나라 독일에서 약속을 돌연 어긴다면?

정병진
정병진 인증된 계정 · 수석 매니저
2024/02/17
AI 제작 이미지.

얼마 전 치과에서 45유로, 우리 돈 6만 5천 원 정도를 내라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딸아이 치아 교정 치과에서 온 고지서였는데, 알고 보니 약속된 날짜에 환자가 방문하지 않아 돈을 내라는 청구서였습니다. '노쇼(no show)'에 일종의 벌금을 부과한 셈입니다. 약속이 한 번에 두 개 날짜가 잡혀 있었던 걸 하나만 기록해 두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아까웠지만 45유로를 송금했습니다. 그게 독일의 문화이니까요.

딸아이 치과에서 날아온 실제 청구서. 직접 촬영.

독일은 '테어민의 나라'입니다. 테어민(Termin)은 공식적인 약속입니다. 친구끼리 만날 약속 같은 개념이 아니라 외국인청에 비자를 갱신하러 가야 할 때, 은행 대출을 위해 상담을 받아야 할 때, 혹은 취업을 위한 면접이나 병원 방문 등을 예약할 때 잡는 공식 일정을 가리킵니다. 독일 교민들은 위에 언급한 상황이 되면 "테어민은 잡았어?", "테어민 받았어?"라고 물어보는 지극히 일상적인 표현입니다.

독일인들은 시간 약속을 깨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갈 때도 반드시 시간 약속을 잡습니다. 남부 뮌헨 근처에 사는 제 독일인 친구는 제가 사는 함부르크에 놀러오기 전 7~8개월 전에 미리 저와 만날 약속을 협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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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유럽의 사람 사는 이야기로 우리를 톺아봅니다. 현) 스태티스타 HQ 수석 매니저 / 함부르크대 저널리즘 석사 과정 전) YTN 앵커 / 부산MBC 아나운서 / 매일경제TV 앵커 / BBC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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