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3/03/11


자살이 금기인 이유를 유추해본다. 집단의 일부를 이루는 구성원의 단순 소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 1인을 축약된 집단, 상징, 우주, 세계로 보면 70억 인구의 지구는 70억 세계가 모인 별이 된다.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별의 빛도 약해져 간다. 자살은 죽음이라는 극단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힘든 현실의 도피 방식이라는 점에서 수없이 고려되고 모방되며 실행된다. 가까운 주변인의 자살일수록 모방 유혹은 커진다. 마치 검증된 케이스처럼 받아들여진다. 생각만큼 어렵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삶을 끝내는 방식에 있어 선택지가 늘어나고 자살은 다각도로 해석되며 개인 선택의 존중이라는 점에서도 파급이 크다. 선택의 기회가 한없이 불공평한 현실 속에서 자살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희귀한 옵션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금을 끝내고 싶고 멈추고 싶고 벗어나고 싶다. 이런 고통은 "그래도 죽으려는 의지로 살아야지.."를 가볍게 뱉는 이들에게는 서술로 납득되기 힘든 영역이다. 이런 관점에서 종교, 특히 기독교가 비즈니스가 된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성경에 의하면 예수는 (예정된 대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절대자의 명이 있었고 인간의 몸으로 거부할 의지가 있었지만 죽음을 선택했다. 이를 믿고 따르는 자들은 이 죽음을 희생, 대리 죽음이라고 배운다. 세상의 죄 많은 자들을 대신해 죽었다고. 그래서 우리가 멸망의 위기를 벗어난 거라고. 희생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신의 아들 또한 자신의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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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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