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 4장. 부당해고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2024/04/06
나는 교수였다. 그리고 지금, 다시 교수다. 나는 기네스북에 올릴 화려한 이력이 있다. 직위해제, 주의, 감봉, 정직, 해임, 파면. 내가 교수 생활 20년 동안, 한 대학에서 받은 징계다. 아마 전 세계 교수 가운데, 아니 모든 직장인 가운데, 한 직장에서 나만큼 징계받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끄러웠을까? 그렇지 않다. 전혀 아니다.
그들의 징계는 나에게 훈장이 되었다. 사회생활의 황금기인 40대와 50대. 20년, 7,300일. 나는 천성이 게으르다. 그들의 징계가 없었다면 분명,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별로 기억되지 않을 내용으로 수동적으로 시간을 꽉꽉 채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덕분에, 정확히는 징계 덕분에, 나는 새로운 중년을 만들고 있다. 지구를 매 순간 따라다니는 달처럼, 나를 향한 내 숙명(宿命). 나는 변화무쌍한 내 숙명의 뒤쪽까지 감상하며 살고 있다.
부당해고 2년, 파면, 해임 3년 동안 힘든 일도 많았다. 대략 5년, 1,825일. 43,800시간이다. 2007년 7월 17일. 부당해고를 당했다. 나는 맞섰다. 사실, 다른 방법도 없었다. 2007년 7월 18일. 수요일. 쫓겨난 다음 날. 나는 출근하지 못했다. 어떤 일을 할지 고민했다.
사과를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때다. 친구의 큰형 나이는 대략 이십 대 초반이었다. 그 형은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동네에서 여러 일을 했다. 여름에는 손수레로 과일을 팔았다. 햇살 좋던 어느 날, 친구와 하교하면서 장사하던 형을 만났다. 형은 목장갑으로 사과를 쓱쓱 문지르곤, 우리에게 내밀었다. 빤짝거렸던 그때의 빨간 사과가, 뜬금없이 떠오른 것이다.
현실이 문제였다. 손수레 보관이 마땅치 않았다. 주차장 내 자리에 놓을까도 생각했다.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
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