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그 이후', 부시가 윤석열에게

하성태
하성태 인증된 계정 · 자유로운 pro 글쟁이
2023/07/18
2005년 8월 에어포스원에서의 당시 부시 미 대통령 @ AP Photo/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자국보다 다른 나라를 더 걱정한다.'
 
최악의 더위가 닥친 2005년 8월 말, 둑이 무너져 물바다가 되어 버린 뉴올리언스의 어느 담장에 적혀있던 남 일 같지 않은 구호다.  당시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주민들은 대통령 전용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허망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다 워싱턴으로 급하게 복귀하는 중이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하고 며칠 뒤였다. 부시가 전용기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던 사진은 "올해의 사진'이 됐다.
 
"실시간으로 부시 대통령이 탄 에어포스원이 한마디로 뉴올리언스를 그냥 지나쳐 가는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애플TV의 2022년 8부작 드라마 <재난, 그 이후> 4화는 이러한 TV뉴스 화면과 함께 바로 이 역사적 장면을 놓치지 않는다. 드라마의 배경은 침수로 고립돼 급기야 생지옥으로 변해버린 뉴올리언스 메모리얼 병원. 시설이 노후 돼 아슬아슬 위태로운 병원 건물 옥상에서 구조 헬기를 기다리던 한 간호사는 유유자적 비행하는 대통령 전용기를 향해 손가락 욕을 날린다. 재난 앞에서 절망하는 시민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당시 부시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으며 이라크 전쟁에 몰두 중이었다. 반면 재해 복구엔 무능력과 안일한 대처로 일관했다. 뉴올리언스 시민들은 물론 미 전역의 비판에 직면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였느냐면 훗날 부시 행정부의 한 백악관 참모는 "부시 정부는 카트리나 사태로 인해 정치적으로 사망했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그럴 만 했다. 부시 대통령이 민심을 잃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휴가에서 복귀한 부시 대통령은 며칠이 지나서야 뉴올리언스를 방문했다. 안 그래도 시와 주 정부를 넘어 연방 정부의 늦장 대응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던 시기였다. 대통령은 그나마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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